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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 — 70%까지 봐준다는 그 예외가 늘려주는 돈, 연봉 5,000만 원이 6억짜리 집을 살 땐 0원입니다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 — 70%까지 봐준다는 그 예외가 늘려주는 돈, 연봉 5,000만 원이 6억짜리 집을 살 땐 0원입니다

    생애최초로 집을 사면 담보 인정 비율을 70%까지 봐줍니다.

    일반 무주택자는 규제지역에서 40%, 조건을 갖춘 서민·실수요자도 60%니까 꽤 큰 배려처럼 보이죠.

    그런데 여러분이 연봉 5,000만 원으로 규제지역에서 6억짜리 집을 사려 한다면, 이 예외가 실제로 늘려주는 돈은 0원입니다.

    처음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
    Photo: Alena Darmel / Pexels

    같은 집을 연봉 9,000만 원인 분이 사면 6,000만 원이 늘어납니다. 연봉 3,000만 원이면 역시 0원이고요. 무주택 세대주이고, 다른 대출이 없고, 배우자 소득이 없어 부부합산도 그 연봉 그대로라는 같은 조건인데도 그래요.

    같은 제도인데 왜 이렇게 갈릴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규제가 1년 남짓 사이 네 번 바뀌었는데, 왜 제 한도만 줄었을까요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2025년 6월부터 2026년 7월까지 네 번 바뀌었습니다. 네 번 모두 조이는 쪽이었습니다.

    다만 넷이 같은 층위는 아닙니다. 6억 상한과 가격대별 차등, 규제지역 추가는 내가 은행에서 받는 한도에 직접 닿습니다. 반면 2026년 4월의 총량 목표와 정책대출 비중은 은행 전체가 한 해에 내줄 수 있는 양을 정하는 이야기라, 내 승인 한도를 곧바로 깎지는 않습니다. 다만 은행이 물량을 조절하면 창구에서 체감될 수는 있습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바뀐 순서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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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남짓 사이에 네 번 바뀌었습니다
    시점 사건 설명
    2025.6.28 한도 6억 신설 생애최초 LTV 80→70%
    2025.10.16 가격대별 차등 6억이 셋으로 갈림
    2026.4.1 총량 목표 1.5% 정책대출 비중 30→20%
    2026.7.1 규제지역 추가 동탄·기흥·구리

    2025년 6월 27일 대책이 시작이었습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려고 빌리는 돈에 6억 원이라는 상한이 생겼어요.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그 위로는 안 나갑니다.

    같은 날, 생애최초 구입자의 담보 인정 비율이 80%에서 70%로 내려갔습니다.

    넉 달 뒤인 10월 15일에는 그 6억이 집값에 따라 셋으로 갈렸습니다. 15억 원 이하면 6억, 15억 초과 25억 이하면 4억, 25억을 넘으면 2억입니다. 비싼 집일수록 덜 빌려주는 구조죠.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게 하나 있습니다. 집을 사려고 빌리는 돈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깎였다는 거예요.

    2025년 6월 27일 대책으로 줄어든 정책대출 한도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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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사는 돈은 다 같이 깎였습니다
    항목 설명
    디딤돌 일반 2.5억→2억 -20%
    디딤돌 생애최초 3억→2.4억 -20%
    디딤돌 신혼 4억→3.2억 -20%
    버팀목 청년 전세 2억→1.5억 -25%
    버팀목 일반 전세 1.2억 그대로 0%

    정부가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디딤돌·버팀목 대출도 이때 한도가 줄었습니다. 집을 사는 디딤돌은 일반이 2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생애최초가 3억에서 2억 4,000만 원으로, 신혼이 4억에서 3억 2,000만 원으로 — 대상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20%씩 깎였어요. 청년 전세는 2억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25% 줄었고요.

    그런데 일반 가구용 버팀목 전세대출은 한 번도 안 줄었습니다. 수도권 1억 2,000만 원 그대로예요.

    창구에서 서류를 건네받는 자리
    Photo: Andrea Piacquadio / Pexels

    그러니까 이 대책에서 갈린 건 「처음 사는 사람이냐 아니냐」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사든 다시 사든 구입 자금은 똑같이 20%가 깎였고, 한도를 손대지 않은 건 전세로 사는 일반 가구 하나뿐이었어요.

    그럼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게 남은 배려는 무엇일까요. 담보 인정 비율,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LTV 70%입니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은행이 한도를 재는 방식을 열어 봐야 보입니다.

    한도를 정하는 자물쇠는 셋인데, 열쇠는 하나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집을 사려고 은행에 가면 한도를 재는 잣대가 하나가 아니에요. 입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정하는 세 가지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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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는 가장 낮은 것이 정합니다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DSR 내 소득이 정한다
    2단계 LTV 집값이 정한다
    3단계 시가별 한도 6억·4억·2억

    DSR은 내 소득을 봅니다. 한 해에 갚는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칙이에요. 은행권 기준입니다.

    LTV는 집을 봅니다. 집값의 몇 퍼센트까지 빌려주느냐죠. 규제지역 무주택자는 40%인데, 여기에 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부합산 연 소득 9,000만 원 이하·집값 8억 원 이하·무주택 세대주, 이 셋을 다 채우면 서민·실수요자로 봐서 60%까지 열어 줍니다. 생애최초면 70%입니다.

    규제지역 담보 인정 비율 세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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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보 인정 비율은 세 칸입니다
    항목 설명
    일반 무주택 요건 없음 40%
    서민·실수요자 부부 9천만 이하·집값 8억 이하 60%
    생애최초 처음 사는 사람 70%

    40%와 70% 사이에 60% 칸이 있다는 사실은 뒤에서 이 글의 결론을 통째로 바꿉니다. 뉴스는 대개 40%와 70%만 나란히 놓습니다.

    시가별 한도는 아예 금액으로 자릅니다. 15억 이하 6억, 15억 초과 4억, 25억 초과 2억.

    그리고 제도가 정하는 한도는 이 셋 중 가장 낮은 값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물쇠가 세 개 걸린 문인데, 셋 중 제일 안 열리는 하나가 문의 진짜 주인인 셈이에요.

    그럼 여러분에게는 셋 중 무엇이 제일 안 열릴까요.

    대출 한도를 상담받는 자리
    Photo: RDNE Stock project / Pexels

    생애최초 70%는 왜 제 한도를 안 늘릴까요

    연봉 5,000만 원인 34살 직장인을 한 명 세워 보겠습니다. 무주택 세대주이고, 다른 대출은 없고, 규제지역에 있는 6억짜리 아파트를 보고 있어요. 방금 말한 서민·실수요자 요건 셋을 다 채우는 분입니다. 그러니까 생애최초가 아니어도 담보는 60%까지 열려 있는 자리입니다.

    DSR부터 재 봅니다. 한 해에 갚을 수 있는 돈이 연 소득의 40%면 2,0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은행은 지금 금리로 재지 않아요. 앞으로 오를 경우를 얹어서 연 7.27%로 계산합니다. 2026년 6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평균이 4.27%였고, 수도권·규제지역에는 여기에 3%포인트를 더하거든요.

    이 금리로 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다고 하면, 이분의 DSR 한도는 2억 4,400만 원입니다.

    이제 LTV를 봅니다. 6억짜리 집이니까 서민·실수요자는 60%인 3억 6,000만 원, 생애최초는 70%인 4억 2,000만 원.

    시가별 한도 6억은 이 경우 아예 안 걸립니다. 그래서 남은 두 값 중 낮은 쪽이 제도가 정하는 한도입니다.

    연봉 5,000만 원인 사람의 세 가지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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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보를 더 열어 줘도 결과가 같습니다
    잣대 서민·실수요자 생애최초
    DSR 40% 2.44억 2.44억
    LTV 3.60억 4.20억
    시가별 한도 6억 6억
    제도 한도 2.44억 2.44억

    연봉 5,000만 원·무주택·기존 대출 없음·규제지역 6억짜리 집이라는 같은 조건에서 잰 값입니다.

    서민·실수요자로 60%를 받으면 담보 쪽 문이 3억 6,000만 원, 생애최초로 70%를 받으면 4억 2,000만 원까지 열립니다. 그런데 둘 다 소득이 2억 4,400만 원에서 막아요. 그래서 둘 다 2억 4,400만 원입니다.

    차이가 0원입니다.

    연봉에 따라 갈리는 생애최초 예외의 실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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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외가 살아나는 연봉이 따로 있습니다
    항목 설명
    연봉 3천만 0원 소득에서 막힘
    연봉 5천만 0원 소득에서 막힘
    연봉 9천만 6,000만 원 담보가 살아남

    연봉 3,000만 원이면 DSR 한도가 1억 4,600만 원이라, LTV가 60%든 70%든 아예 닿지도 않습니다. 예외를 줘도 0원이에요.

    연봉 9,000만 원이면 DSR 한도가 4억 3,890만 원이라 LTV 70%인 4억 2,000만 원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생애최초가 아니었다면 서민·실수요자 60%인 3억 6,000만 원에서 끊겼을 테니 6,000만 원이 늘어난 거죠. 단 이건 배우자 소득이 없어 부부합산도 9,000만 원일 때입니다. 맞벌이로 합산이 9,000만 원을 넘으면 기준선이 40%로 내려가서, 예외가 늘려주는 돈은 오히려 1억 8,000만 원으로 커집니다.

    여기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생애최초 예외는 담보를 봐주는 제도인데, 담보를 봐줘도 소득이 안 풀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 예외의 값어치는 어느 자물쇠가 먼저 잠기느냐에 달렸습니다. 담보 쪽 문을 아무리 넓게 열어 줘도, 소득 쪽 문이 먼저 잠겨 있으면 넓힌 만큼이 쓰이지 않으니까요.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럼 소득이 낮은 사람한테는 예외를 준 것도 아니잖아.” 네, 정확히 그 지점입니다.

    다만 소득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이 배려는 집값이 내 소득에 비해 비쌀수록 죽습니다. 소득이 정해 준 한도보다 보려는 집이 훨씬 크면, 담보를 60%로 보든 70%로 보든 먼저 걸리는 쪽은 늘 소득이거든요. 같은 연봉 5,000만 원이라도 같은 규제지역 안에서 3억짜리 집을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는 담보 60%가 1억 8,000만 원, 70%가 2억 1,000만 원이고 소득 한도 2억 4,400만 원은 둘 다 넘으니, 예외가 3,000만 원을 온전히 늘려 주거든요.

    같은 연봉인데 집값에 따라 갈리는 예외의 값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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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사람인데 집값이 정합니다
    집값 담보 60% 담보 70% 예외가 늘려주는 돈
    3억 1.8억 2.1억 3,000만 원
    6억 3.6억 4.2억 0원

    같은 사람, 같은 규제지역, 같은 소득 한도인데 3억짜리 집에서는 예외가 온전히 살고 6억짜리 집에서는 죽습니다. 바뀐 건 집값 하나뿐이에요.

    그럼 이 예외가 온전히 살아나는 쪽은 연봉이 어느 정도일까요.

    6억을 다 빌리려면 연봉이 얼마여야 할까요

    뉴스에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이라는 말이 계속 나옵니다. 그럼 그 6억은 누구의 숫자일까요.

    연 소득별 DSR 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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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이 정하는 한도는 여기까지입니다
    항목 설명
    연봉 3천만 6억까지 4.54억 부족 1.46억
    연봉 5천만 3.56억 부족 2.44억
    연봉 7천만 2.59억 부족 3.41억
    연봉 1억 1.12억 부족 4.88억

    연봉 1억 원이어도 4억 8,800만 원입니다. 6억에 못 닿아요.

    6억을 온전히 쓰려면 연봉이 1억 2,300만 원은 돼야 합니다.

    여러분 통장으로 치면, 세전 월급이 1,000만 원을 넘어야 뉴스에 나오는 그 6억이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소득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집값도 충분히 커야 6억에 닿습니다. 그 아래에서는 6억이라는 숫자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 한도와는 상관이 없어요.

    그럼 15억, 25억 구간의 차등 한도는요? 그 위쪽부터는 이야기가 뒤집힙니다.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시가별 한도가 먼저 자르거든요. 아래 표의 아래 두 줄이 그겁니다.

    집값별로 갈리는 일반 무주택자와 생애최초의 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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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이 15억이 되면 예외가 사라집니다
    집값 일반 무주택 생애최초 예외가 늘려주는 돈
    6억 2.4억 4.2억 1.8억
    10억 4.0억 6.0억 2.0억
    15억 6.0억 6.0억 0원
    18억 4.0억 4.0억 0원

    집값이 15억이 되면 일반 무주택자의 LTV 40%가 정확히 6억입니다. 생애최초의 70%는 10억 5,000만 원이지만 시가별 한도 6억에서 잘립니다.

    둘 다 6억. 예외의 값어치가 0원이 됩니다.

    18억짜리 집이면 둘 다 4억으로 같아지고요. 정리하면 생애최초 예외는 집값 8억 5,700만 원에서 가장 크게 작동하고, 그 위로는 계속 작아지다가 15억에서 사라집니다.

    밀려난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옆으로 갑니다

    그럼 이 문턱에서 밀린 사람은 집 사기를 그만둘까요. 국제통화기금이 2026년 4월에 낸 연구 보고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차주 기준 규제가 빡빡해지면 수요가 더 싼 집 쪽으로 옮겨 가고, 일부는 전월세 시장에 남는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런 규제가 “초기 자산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가구에게 가장 크게 제약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한도가 막힌 수요가 가는 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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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규제 강화 한도가 준다
    2단계 선택지 축소 살 집이 줄어든다
    3단계 수요 이동 더 싼 집·임차로

    집을 사겠다는 마음이 규제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마음이 향하는 가격대가 바뀌죠.

    아파트 단지
    Photo: Ambient Walking / Pexels

    앞의 34살 직장인으로 돌아와 보죠. 한도가 2억 4,400만 원이면 모아 둔 돈이 2억이라 해도 손에 쥐는 건 4억 4,000만 원대입니다. 6억짜리 집은 어렵죠. 그럼 5억, 4억대 집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가격대를 보는 사람이 이분만은 아니에요. 위에서 밀려난 사람들도 그리로 옵니다.

    그러면 그 가격대에서 원래 처음 집을 사려던 사람은, 경쟁자가 늘어난 시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내 한도가 줄면 → 내가 볼 수 있는 집값대가 내려가고 → 그 아래 가격대에 사람이 몰릴 수 있다. 여기까지가 보고서가 말한 방향입니다.

    다만 그다음은 관찰이 아니라 추론이에요. 밀린 사람이 모두 아래 가격대로 오는 건 아닙니다. 매수를 아예 접는 사람도 있고,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구매자는 애초에 이 규제 밖에 있습니다. 직장이나 아이 학교 때문에 지역을 못 바꾸는 사정도 있고, 그 가격대에 새 물량이 나오면 경쟁은 다시 풀립니다. 그래서 “아래가 반드시 더 치열해진다”까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규제가 없었다면 대출이 더 늘어 집값이 더 올랐을 거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실제로 규제 뒤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눈에 띄게 꺾였어요. 다만 그건 “총량이 줄었나”에 대한 답이고, 오늘 보고 있는 건 “그 줄어든 몫을 누가 감당했나“입니다. 두 질문은 다릅니다.

    먼저 겪은 나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이 고민을 우리가 처음 하는 건 아닙니다.

    국제결제은행이 2023년 12월에 낸 보고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어요. 대출 규제의 부담이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게 특히 불리하게 간다고 적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직 소득이 오를 여지가 남은 젊은 가구이고, 계약금을 모을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나라들이 어떻게 했느냐. 보고서가 정리한 실제 한도는 이렇습니다.

    구매자 유형별 담보인정비율 상한 국제 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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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겪은 나라들의 평균 한도입니다
    항목 설명
    처음 사는 사람 가장 느슨 83%
    다시 사는 사람 중간 77%
    임대 투자자 가장 빡빡 67%

    처음 사는 사람 83%, 다시 사는 사람 77%, 임대 투자자 67%. 처음 사는 쪽이 가장 느슨합니다.

    방식도 나라마다 달랐습니다.

    나라별 첫 주택 구입자 대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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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나라가 고른 서로 다른 답입니다
    나라 방식 내용
    뉴질랜드 규제 밖에 둠 정부보증 생애최초 대출은 LVR·DTI 둘 다 면제
    영국 여유분을 남김 소득 4.5배 초과 대출을 전체의 15%까지 허용
    캐나다 개별 대신 총량 소득 대비 한도를 은행 전체에만 적용
    홍콩 보험으로 위를 덮음 70%까지는 규제·80%까지는 보험·90%는 무주택 급여소득자만

    뉴질랜드가 특히 눈에 띕니다. 2013년에 담보 비율 규제를 도입했는데, 6년 뒤 중앙은행이 스스로 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적었어요.

    초기 설정은 생애최초 구입자의 주택 구입을 불균형하게 제한했고, 주거 부담능력이라는 정책 목표와 긴장 관계를 만들었다.

    같은 보고서에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상승장에서 이 규제의 영향은 투자자에게는 일시적이지만 — 집값이 오르면 자산도 같이 늘어나니까요 — 처음 사는 사람에게는 더 오래 간다고요.

    숫자로도 확인됐습니다. 규제 시행 전 25% 안팎이던 생애최초 구입자의 매매 비중이 이듬해 초 20% 아래로 떨어졌거든요. 반면 투자자 비중은 오히려 늘었죠. 그래서 뉴질랜드는 투자자 쪽을 더 조이는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홍콩 도심
    Photo: Jimmy Chan / Pexels

    홍콩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줍니다. 홍콩에도 우리 6억·4억·2억과 비슷하게 집값이 비쌀수록 덜 빌려주는 구조가 있었어요. 그런데 2024년 10월에 그걸 없애고 집값과 무관하게 일률 70%로 되돌렸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홍콩은 집값이 내려가는 국면이라 푼 것이고 우리는 오르는 국면이라 조인 것이라, 방향이 반대입니다. 홍콩이 옳고 우리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만 같은 도구를 써 본 곳이 있고, 그 도구가 무엇을 하는지는 이미 기록에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국제통화기금은 2015년에 한국을 포함한 여섯 나라를 훑고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처음 빌리는 사람이었고, 나라들은 한도를 없애거나 낮추거나 별도의 정부 지원 제도로 그 부담을 덜었다고요.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될까요

    우리에게도 예외는 있습니다. 생애최초 70%와 서민·실수요자 60%가 그거고, 규제지역이 늘어난 2026년 7월에도 그 예외는 유지됐어요.

    다만 오늘 본 것처럼 그 예외는 LTV 쪽 문만 열어 줍니다. DSR 문은 그대로 잠겨 있고, 소득이 낮을수록 잠긴 쪽이 먼저 걸리죠.

    내 한도를 직접 재 보는 일
    Photo: Mikhail Nilov / Pexels

    청년·신혼부부를 총량 관리에서 빼주는 방안이 논의된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다만 2026년 8월 현재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공식으로 내놓은 문서에 담긴 방향은 오히려 정책대출 비중을 30% 수준에서 2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쪽이에요. 논의와 시행은 다른 일이니, 뉴스 제목만 보고 내 한도를 미리 늘려 잡지는 마세요.

    그래서 실제로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내 한도를 정하는 자물쇠가 셋 중 무엇인지.

    소득이 먼저 걸리는 분이라면 LTV 예외 소식은 내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기를 이미 30년으로 잡았다면 기간을 더 늘려 보는 길도 없어요. 2025년 6월 대책이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30년 이내로 제한했거든요. 이미 상한에 닿아 있는 셈입니다. 그때 한도를 움직이는 건 기존 대출을 줄이거나, 소득을 합산할 수 있는지 보는 쪽입니다.

    반대로 소득에 여유가 있는데 담보에서 걸리는 분이라면, 생애최초 요건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 볼 값어치가 있습니다. 앞의 연봉 9,000만 원 예처럼 6,000만 원이 갈리니까요.

    계산 방식이 궁금하시면 스트레스 DSR로 한도가 얼마나 갈리는지 정리한 글에 지역별 숫자를 자세히 담아 뒀습니다. 은행이 왜 내가 내는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심사하는지는 대출금리가 오를 땐 먼저 오르고 내릴 땐 늦게 내려가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집값 자체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인구가 줄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통념을 다룬 글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한도는 셋 중 어디에서 먼저 막히던가요? 은행 상담을 받아 보신 분이라면, 그때 들은 숫자가 소득 때문이었는지 집값 때문이었는지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 한 가지만 알아도 앞으로 나올 규제 뉴스 중 어떤 게 내 이야기이고 어떤 게 아닌지가 갈립니다.


    이 글은 정보·교육 목적의 참고용입니다. 제도 내용은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원문을 기준으로 했고, 한도 수치는 수도권 규제지역·무주택·기존 대출 없음·만기 30년·원리금균등·심사금리 연 7.27%를 가정해 직접 계산한 값입니다. 실제 한도는 개인의 신용도·기존 대출·상품·금융회사에 따라 달라지며, 규제 내용도 바뀔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 국제유가 — 기름값이 내려가기 시작할 때, 내 생활비 청구서는 그때부터 옵니다

    국제유가 — 기름값이 내려가기 시작할 때, 내 생활비 청구서는 그때부터 옵니다

    주유소 가격표가 두 달째 내려가고 있습니다.

    7월 넷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리터당 1,872원. 5월 중순 2,011원에서 139원이 빠졌어요.

    그런데 6월 소비자물가는 3.2%로 올해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올렸고요.

    기름값이 내려가는데 물가가 오르고 금리까지 오릅니다. 순서가 거꾸로인 것 같죠.

    거꾸로가 아닙니다. 기름값이 물가로 도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이 1년을 넘습니다.

    주유소에서 내는 돈은 그 달에 끝나지 않는다
    Photo: ClickerHappy / Pexels

    기름값은 왜 지금 내려가고 있을까요

    올해 3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16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2008년 최고치를 넘어선 사상 최고값이에요.

    중동 정세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힌 게 방아쇠였습니다. 세계 석유 소비의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고, 그 원유의 대부분이 아시아로 옵니다. 우리가 사 오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 기준이 정확히 두바이유죠.

    왜 우리가 그대로 맞을까요. 2025년 한국이 들여온 원유의 68.3%가 중동 5개국산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나라에서만 33.6%가 왔어요.

    우리가 들여오는 원유의 3분의 2가 중동 5개국산입니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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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원유 수입의 3분의 2가 중동 5개국
    항목 설명
    중동 5개국 사우디 33.6%가 최다 68.3%
    미국 관세 면제로 늘었다 17.0%
    그 외 브라질·멕시코 등 14.7%

    바꿀 수 없어서 못 바꾸는 게 아닙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꼽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중동 항로의 수송단가가 배럴당 1.87달러로 미국산 3.93달러의 절반 아래라는 것, 그리고 국내 정유설비가 애초에 중동산 중질·고황 원유를 처리하도록 지어졌다는 것이죠.

    7월 29일에는 79.9달러였습니다.

    두바이유는 3월 정점에서 크게 내려왔습니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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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유 배럴당 월평균 가격
    시점 두바이유
    1월 62.0달러
    2월 68.4달러
    3월 128.5달러
    4월 105.7달러
    5월 103.2달러
    6월 79.5달러
    7월 76.3달러

    그러면 주유소는 왜 이제야 내려갈까요. 국제 시장에서 산 원유가 정제와 유통을 거쳐 주유소 가격표에 붙는 데 보통 2~3주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는 가격은 6월 하순에 급락한 유가예요.

    정부도 두 겹으로 누르고 있습니다. 유류세 인하가 9월 30일까지 연장됐고, 3월부터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값에 상한을 두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돌아가고 있어요. 8차 상한은 휘발유 리터당 1,784원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차 최고가격제가 3월 소비자물가를 0.4~0.8%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4월부터 반영되는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는 0.2%포인트로 전망했고요.

    바꿔 말하면 지금 주유소 가격표는 유가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책이 함께 눌러 놓은 값이죠.

    지금 주유소 가격은 정책이 함께 누른 값입니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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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유소 가격표를 만든 세 숫자
    항목 설명
    7월 4주 휘발유 1,872원 리터당 전국 평균
    5월 고점 대비 139원 리터당 하락
    공급가 상한 1,784원 8차 동결값

    그리고 국제유가는 7월 중순부터 다시 올랐습니다. 홍해에서 유조선이 공격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7월 23일, 브렌트유가 두 달 만에 100달러를 넘었습니다. 직접 확인하지는 못한 사건이라 보도를 전하는 선까지만 말씀드립니다.

    바다 위 항로 한 곳이 막히면 국제 시세가 먼저 움직입니다
    Photo: Alexander Bobrov / Pexels

    정리해 보면 지금 주유소 가격은 지나간 유가입니다. 7월 하순에 오른 몫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

    물가와 근원물가가 벌어진 자리엔, 기름값이 있습니다

    6월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4.7% 올랐습니다. 경유가 33.7%, 휘발유가 23.1%입니다.

    이 한 묶음이 6월 물가 상승률 3.2% 가운데 0.93%포인트를 담당했습니다. 대략 3분의 1이죠.

    더 중요한 건 옆에 있는 숫자입니다. 기름값과 식료품처럼 들썩이는 품목을 뺀 근원물가는 1월 2.0%에서 6월 2.5%로, 0.5%포인트만 움직였습니다.

    소비자물가만 올라가고 근원물가는 완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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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품목을 빼면 선이 갈린다
    시점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1월 2.0% 2.0%
    2월 2.0% 2.3%
    3월 2.2% 2.2%
    4월 2.6% 2.2%
    5월 3.1% 2.5%
    6월 3.2% 2.5%

    1월에는 두 선이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6월에는 0.7%포인트가 벌어졌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번에 물가 상승폭이 벌어진 자리는 경제 전반이 아니라 기름값 쪽이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는 잠시 뒤에 나옵니다.

    여기서 차로 출퇴근하는 서른일곱 살 회사원 한 명을 세워 두겠습니다. 3월에 기름값이 뛰자 주유비가 눈에 띄게 늘었고, 7월에는 다시 줄었습니다. 이 사람 입장에서 유가 사태는 이미 끝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지난번엔 유가가 내려간 뒤에 물가 압력이 더 커졌을까요

    한국은행 조사국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를 실제로 재 봤습니다.

    유가가 급등한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소비자물가는 평균 4.9% 올랐습니다. 그 가운데 유가의 직접효과가 1.1%포인트, 간접효과가 0.9%포인트였습니다.

    직접효과는 주유소·등유처럼 기름 자체의 값입니다. 간접효과는 그 기름값이 수송비·전기료·플라스틱 원가를 타고 다른 물건값으로 번지는 몫입니다.

    기름값은 수송비를 타고 다른 물건값으로 번진다
    Photo: UMUT 🆁🅰🆆 / Pexels

    그다음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유가가 하락한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직접효과는 크게 약해졌습니다. 그런데 간접효과는 이전보다 오히려 확대됐어요. 그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약 5분의 1이 에너지 간접효과였습니다.

    유가가 내려간 뒤에 간접효과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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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값이 내려간 뒤에 압력이 커졌다
    유가 국면 직접효과 간접효과
    급등기 1.1%p 0.9%p
    하락기 크게 약화 오히려 확대

    시차도 함께 쟀습니다. 국제유가와 공업제품·전기가스수도·서비스 가격 상승률의 상관관계는 14~18개월 시차에서 가장 높았어요. 여기서 서비스는 외식을 뺀 나머지입니다. 유가가 앞서고 물건값이 뒤따르는 구조죠.

    여러분 지갑으로 치면 이런 겁니다. 지난번엔 주유소에서 낸 돈은 그 달에 끝났지만, 그 기름값이 얹힌 택배비·전기요금·물건값은 1년 반쯤 뒤에 청구서로 왔어요.

    기름값이 물건값으로 도착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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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값이 물건값이 되는 길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기름값 상승 3월 급등
    2단계 수송·원가 바로 반영
    3단계 공산품·전기가스 14~18개월
    4단계 근원물가 하반기 경고

    물론 유가 하나로 1년 뒤 물가가 다 정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환율·임금·농산물도 함께 움직이니까요. 이 분해도 한국은행이 모형으로 추정한 값이고요. 다만 유가가 내려간 뒤에 압력이 커졌다는 건, 지난번 사이클을 한국은행이 되짚어 분석한 결과입니다.

    아까 그 서른일곱 살 회사원에게 이 이야기는 이렇게 번역됩니다. 3월에 늘어난 주유비는 이미 지갑을 지나갔고, 3월의 기름값이 붙은 물건값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한국은행은 지금의 기름값이 아니라 1년 뒤 물건값까지 보고 올렸습니다

    한국은행은 원래 기름값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습니다. 이 원칙을 문서로 공개해 두기까지 했습니다.

    4월 10일 총재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입니다.

    공급충격에 대한 통화정책 운영의 기본 원칙은 명확합니다.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에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면 그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날 기준금리는 2.50%로 동결됐습니다.

    두 문장이 조건을 나눠 놓았죠. 일시적이면 안 움직인다. 번지면 움직인다.

    그리고 6월 17일, 한국은행은 하반기 이후 유가 충격이 석유류 이외 근원물가 품목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앞 절에서 본 간접효과가 정책 문서에 경고로 올라온 겁니다.

    7월 16일, 금리가 2.75%로 올랐습니다. 금통위원 7명이 모두 찬성했습니다.

    원칙을 밝히고 경고하고 올렸습니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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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은 순서대로 움직였다
    시점 사건 설명
    4월 10일 원칙 선언 일시적이면 대응하지 않는다
    6월 17일 경고 근원물가로 번질 것이다
    7월 16일 기준금리 인상 연 2.50%에서 2.75%로

    이 순서가 이 글의 답입니다. 한국은행이 유가에서 본 건 지금 싼 주유소 가격이 아니라, 1년 뒤 장바구니에 붙어 있을 3월의 기름값이었어요.

    그럼 기름값이 계속 내려가면 금리도 내려가지 않을까요. 의결문은 반대로 적혀 있습니다.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요. 유가는 방아쇠였고, 지금은 수요 쪽 압력까지 함께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내 대출금리는 왜 그전부터 오르고 있었는지는 따로 짚어 뒀습니다. → 기준금리 인상 — 내릴 땐 안 내려가던 내 대출금리, 오를 땐 왜 먼저 오를까요

    먼저 겪은 나라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유가 급등을 만나는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두 번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974년 한국입니다. 1차 오일쇼크로 그해 소비자물가가 24.3% 올랐습니다. 원유 공시가격이 1년 만에 네 배가 됐으니까요.

    그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5.0%였습니다. 1월에 12.6%에서 올린 값입니다.

    물가 24.3%에 예금 15.0%. 은행에 돈을 넣어 둔 사람은 이자를 받고도 물가에 9%포인트 넘게 밀렸습니다. 게다가 대출금리를 충분히 못 올려서, 예금 15.0%에 대출 15.5%로 은행 스프레드가 0.5%포인트까지 좁아졌죠.

    당시 물가를 잡을 만큼 금리를 올리지 못했고, 그 값은 예금한 사람이 치렀습니다.

    도쿄 시부야 교차로 — 금리를 지키는 동안 값은 실질임금에서 나갔다
    Photo: Tony Wu / Pexels

    2022년 일본은 다른 길을 갔습니다. 일본은 에너지 자급률이 2022년도 기준 12.6%,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95.2%인 나라예요. 유가가 뛰고 엔화까지 약해져 이중으로 맞았습니다. 그해 무역적자가 20조 3,295억 엔으로 전년의 11.4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구로다 당시 총재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원 수입국이기 때문에, 최근의 국제적인 자원 가격 상승으로 해외로 소득이 유출되는 하방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금융긴축은 전혀 적절한 수단이 아닙니다.

    논리는 단단합니다. 수입 물가가 올라 이미 소득이 빠져나가는데 금리까지 올리면 경기를 두 번 때리는 셈이죠.

    대신 다른 곳에서 값이 나갔습니다. 명목임금은 올랐는데 물가가 그보다 더 뛰어서, 실질임금이 4년 내리 마이너스였어요.

    명목은 올랐는데 실질은 4년 연속 마이너스였습니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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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금리를 지켰고 실질임금은 깎였다
    항목 설명
    2021년 명목 +0.3% 0.6
    2022년 명목 +2.0% -1.0
    2023년 명목 +1.2% -2.5
    2024년 명목 +2.8% -0.3
    2025년 명목 +2.3% -1.3

    오해하지 마세요. 일본은행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두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다른 것이 보이거든요.

    공급충격의 비용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청구서를 받는 사람만 달라집니다.

    세 사례에서 값이 가는 자리가 달랐습니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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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이름만 바뀐다
    사례 물가 대응 값이 가는 쪽
    1974년 한국 올렸지만 못 미쳤다 예금한 사람
    2022년 일본 금리를 안 올렸다 월급 받는 사람
    2026년 한국 금리를 올렸다 빚이 있는 사람

    2026년 한국은 금리를 올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면 청구서는 빚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갑니다. 그리고 1년 반 뒤 물건값으로 나머지 몫이 모두에게 오죠.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기름값 내려갔으니 달러라도 사 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두 사례가 남긴 건 그런 조언이 아니에요.

    청구서를 미리 아는 사람에게는 놀라움이 아니라 예정이 된다
    Photo: olia danilevich / Pexels

    첫째, 유가 뉴스를 주유소 가격표로 읽지 마세요. 지난번에 가장 뚜렷했던 시차가 14~18개월이었습니다. 기름값이 내려간 달은 안심해도 되는 달이 아니에요. 3월에 사상 최고를 찍은 유가가 아직 다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내 지출에서 기름값을 타는 항목을 세어 보세요. 배달비·택배비·외식비·전기요금·난방비가 대표적입니다. 어느 항목이 물려 있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건 다릅니다. 알면 급하지 않은 지출을 예산 안에서 미루거나 나눠 쓸 여유가 생기니까요.

    셋째, 이건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은 금리를 지켰지만 월급이 깎였고, 1974년 한국은 예금자가 물가에 밀렸어요. 내가 대출이 없어도, 금리로 눌러 잡지 못한 몫은 결국 물건값으로 모두에게 옵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지금 주유소 가격을 눌러 주고 있는 유류세 인하는 9월 30일까지입니다. 그 뒤가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한 달 지출에서 기름값을 타는 항목은 몇 개인가요? 배달비·택배비·외식비·전기요금 넷만 세어 봐도 대개 셋은 걸립니다.

    • 전기요금 계산기 — 연료비가 얹히는 대표 고지서부터 내 사용량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 대출 이자 계산기 — 금리가 0.25%포인트 움직일 때 내 상환액이 얼마 달라지는지 보고 싶다면

    관련해서 공식 물가와 체감 물가가 왜 이렇게 다른지, 그리고 원유를 달러로 사 오는 나라에서 환율이 월급을 어떻게 깎는지도 함께 보시면 그림이 이어집니다.

    기름값 뉴스가 여태 주유소 이야기로만 보였다면, 이제 1년 뒤 내 장바구니 예고편으로 읽으셨으면 합니다. 청구서를 미리 아는 사람에게는 그게 놀라움이 아니라 예정이 되거든요.


    본 글은 2026년 8월 2일 기준 정보·교육·참고용이며, 유가·물가 수치는 2026년 7월 말까지의 자료입니다. 유가·주유소 가격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일별 자료(두바이유는 싱가포르 실물 현물 계열), 물가는 국가데이터처 2026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지수 기준연도 2020년·가중치 기준연도 2022년), 유가의 직접·간접효과와 시차는 한국은행 조사국 추정치이며, 정책 효과 수치는 한국개발연구원 추정치입니다. 홍해 유조선 피격 등 일부 사건은 보도로만 확인했습니다. 추정치는 기관·모형·시점에 따라 달라지고 앞으로의 물가·금리 경로를 확정하지 않으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나 환전·대출 시점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 기준금리 인상 — 내릴 땐 안 내려가던 내 대출금리, 오를 땐 왜 먼저 오를까요

    기준금리 인상 — 내릴 땐 안 내려가던 내 대출금리, 오를 땐 왜 먼저 오를까요

    기준금리는 13개월 넘게 꼼짝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대출금리는 작년 여름을 바닥으로 다시 오르고 있었습니다.

    7월 16일, 한국은행이 결국 올렸습니다. 2.50%에서 2.75%로.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죠.

    그러니까 뉴스가 나온 날, 은행 창구의 숫자는 이미 한참 전에 움직인 뒤였습니다.

    대출 상담을 받는 모습
    Photo: Ivan S / Pexels

    기준금리가 멈춰 있는 동안, 대출금리는 혼자 움직였습니다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네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3.50%에서 2.50%까지 내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멈췄습니다. 2025년 5월 29일부터 올해 7월 15일까지, 꼬박 13개월 반입니다.

    그 13개월 동안 은행 대출금리는 가만히 있었을까요.

    기준금리와 가계대출 금리는 따로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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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이후 두 선은 같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시점 기준금리 가계대출 금리
    2024.6 3.50% 4.26%
    2024.12 3.00% 4.72%
    2025.6 2.50% 4.21%
    2025.12 2.50% 4.35%
    2026.6 2.50% 4.50%

    2025년 6월 4.21%였던 가계대출 금리가 올해 6월 4.50%가 됐습니다.

    기준금리는 두 시점 모두 2.50%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더 선명합니다. 3.93%에서 4.36%로. 1년 사이에 0.43%포인트가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금리를 내린 두 달 동안, 왜 내 대출이자는 올랐을까요

    더 이상한 일은 그 전에 있었습니다.

    2024년 10월 11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11월 28일에 한 번 더 내렸습니다. 두 달 만에 0.50%포인트를 내린 겁니다.

    그 두 달 동안 가계대출 금리가 어떻게 됐을까요.

    기준금리를 내린 두 달, 대출금리는 반대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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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두 달,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항목 설명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내림 -0.50%p
    가계대출 금리 창구에서는 오름 0.56%p

    4.23%에서 4.79%로 올랐습니다. 0.56%포인트.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동안, 은행 창구의 금리는 그보다 더 크게 올라갔습니다.

    왜였을까요. 배경으로 지목되는 건 그때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출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은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움직였다는 거죠. 돈값이 싸져도 문턱을 높이면 손님이 내는 값은 결국 올라갑니다.

    기준금리는 돈의 원가일 뿐입니다. 내가 실제로 내는 값은 원가에 은행이 붙이는 몫을 더한 값입니다.

    그럼 예금은요? 벌어질 때와 좁혀질 때가 달랐습니다

    “금리 내렸다더니 예금 이자만 뚝 떨어지더라.”

    한 번쯤 해 보신 생각일 겁니다. 그리고 이건 기분 탓이 아니었습니다.

    기준금리를 누가 얼마나 따라 내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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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기간, 따라 내려간 정도가 달랐습니다
    기준금리 −1.00%p 동안 예금 금리 가계대출 금리
    시작과 끝 3.40% → 2.49% 4.23% → 4.17%
    실제로 내려간 폭 -0.91%p -0.06%p
    기준금리 하락폭 대비 91% 6%

    기준금리가 1.00%포인트 내려가는 동안, 예금금리는 0.91%포인트 내려갔습니다. 거의 그대로 따라간 겁니다.

    가계대출 금리는요?

    0.06%포인트.

    기준금리가 내려간 폭의 6%입니다.

    “그럼 은행이 6%만 넘겨준 거네요?” 저도 그렇게 읽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구간엔 앞에서 본 가계대출 규제가 함께 얹혀 있어요.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규제로 붙은 가산금리가 서로 상쇄된 순변화지, 은행의 전가율만 떼어낸 값이 아닙니다.

    이미 대출을 갖고 있던 사람은 어땠을까요.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0.38%포인트 내려갔습니다. 기준금리의 38%죠.

    새로 받는 대출과 이미 받은 대출이 내려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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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인하기인데 여섯 배 차이가 났습니다
    항목 설명
    새로 받는 대출 신규취급 · −0.06%p 6%
    이미 받은 대출 잔액 기준 · −0.38%p 38%

    신규보다 여섯 배 넘게 내려간 셈인데, 이건 은행이 기존 고객에게 후해서가 아닙니다. 잔액 기준이란 아직 갱신일이 오지 않은 옛 계약까지 섞어 평균 낸 값이거든요.

    거기엔 2022~2023년 고금리 시절에 맺은 계약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게 하나씩 갱신되며 빠지는 중이라, 그때의 하락분이 지금 뒤늦게 도착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잔액 금리는 내릴 때도 늦게 내려가고, 올릴 때도 늦게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금리 내렸다는데 왜 내 이자는 그대로냐”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통계에 그대로 찍혀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사이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는 2024년 8월 1.13%포인트에서 2025년 8월 1.57%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최근 2년 안에서 가장 좁았던 때와 가장 벌어졌던 때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23년 2월에 1.78%포인트까지 벌어진 적도 있고요.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벌어졌다 좁혀진 경로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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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어졌다가 다시 좁혀지는 중입니다
    시점 예대금리차
    2024.8 1.13%p
    2025.8 1.57%p
    2026.6 1.23%p

    이 숫자는 가계대출만이 아니라 기업·가계·공공을 합친 신규취급 대출 평균 기준이라, 앞에서 본 가계대출 금리와 그대로 빼서 맞춰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차이를 그대로 은행이 남긴 돈이라고 읽으면 안 됩니다. 예대금리차에는 은행이 돈을 조달하는 비용과 떼일 위험까지 들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폭은 지금 다시 좁혀지는 중입니다. 올해 6월엔 1.23%포인트까지 내려왔습니다.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죠. 지금 예금을 알아보시는 분이라면 같은 금리라도 이자가 달라지는 이유를 함께 보셔도 좋겠습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셨을 겁니다. “지금은 예금이 먼저 오르고 있다면서요? 그럼 예금이 손해라는 이야기랑 안 맞잖아요.”

    맞습니다. 인상 국면 초입에는 은행도 대출해 줄 돈을 끌어와야 하니 예금이 먼저 반응합니다. 갈리는 건 그다음입니다. 예금은 만기가 오면 거기서 끝나고, 그때 갈아탈지는 내가 직접 움직여야 정해집니다. 대출은 갱신일이 올 때마다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뒤에서 볼 2022년이 그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줍니다.

    예금 금리를 따져 보는 책상
    Photo: Tara Winstead / Pexels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오를 때는 더 심했습니다 — 예금금리가 거꾸로 간 두 달

    2022년으로 한 번 가 보겠습니다. 그때는 반대 국면이었습니다.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가 0.50%에서 3.50%까지 한 번도 되돌리지 않고 오르던 시기입니다.

    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기준금리는 올랐는데 예금금리는 떨어진 두 달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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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는 올렸는데 예금은 떨어졌습니다
    항목 설명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올림 0.25%p
    예금 금리 되레 내려감 -0.46%p

    기준금리는 3.25%에서 3.50%로 올랐는데, 예금금리는 4.29%에서 3.83%로 떨어졌습니다.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규제 변화입니다. 그해 10월 27일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유연하게 풀었습니다. 한국은행은 그 조치의 목적을 수신 경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은행끼리 예금을 끌어오려고 금리를 올리던 경쟁이 그 무렵 식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흔히 “은행이 나쁘다”로 끝나는데, 정작 한국은행이 이 구조를 자기 보고서에 적어 뒀습니다.

    20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 각주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국내 일반은행은 “대출자산 중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기에 이자수익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예금은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아 이자비용 증가는 상대적으로 제한”된다고요.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대출은 자동으로 따라 오르고, 예금은 손님이 직접 갈아타야 오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올리기도 전에, 왜 금리가 먼저 올랐을까요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 → 은행이 따라 올린다 → 내 이자가 오른다.

    그런데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움직인 숫자들이 있었습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위에 있었습니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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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보다 시장이 먼저 올라 있었습니다
    항목 설명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정함 2.50%
    CD 91일물 은행 단기 조달금리 2.91%
    국고채 3년물 시장이 보는 3년 뒤 3.79%

    6월에 이미 은행들이 단기로 돈을 빌리는 금리는 2.91%였습니다. 기준금리보다 0.41%포인트 높습니다.

    3년짜리 국채 금리는 3.79%. 기준금리보다 1.29%포인트 위입니다.

    시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겁니다. “곧 올릴 거잖아요.”

    은행은 그 값에 돈을 조달해서 우리에게 빌려줍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기 전에 이미 우리 금리가 올라 있었던 이유입니다.

    물론 시장금리가 먼저 움직였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시장을 따라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이 한국은행의 인상을 미리 내다보고 반영한 것이니, 둘은 서로를 보며 움직입니다.

    다만 우리 지갑 입장에서 분명한 게 하나 있습니다. 7월 16일 뉴스를 보고 알았다면, 그건 이미 벌어진 뒤였다는 것.

    무엇이 시장을 먼저 움직였을까요

    물가입니다.

    물가에서 금리 결정으로 이어진 두 달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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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에서 다음 회의까지
    시점 사건 설명
    2026년 6월 소비자물가 3.2% 석유류 24.7%·농축수산물 상승
    2026년 7월 16일 기준금리 2.75% 3년 6개월 만의 인상
    2026년 8월 27일 다음 결정 회의 여기서 다시 정해집니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습니다. 그중 석유류가 24.7% 뛰었습니다. 농축수산물도 함께 올랐고요.

    그런데 같은 결정문에 이런 문장이 함께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였지만”이라고요.

    기름값이 내려가는데 왜 올렸을까요.

    두 문장이 서로 다른 자로 재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물가의 석유류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한 값이고, 결정문이 말하는 하락은 최근 몇 달의 방향입니다. 1년 전보다는 여전히 비싼데, 최근엔 떨어지는 중인 거죠. 모순이 아니라 자가 다른 겁니다.

    그런데도 올린 이유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간 높아진 비용 및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고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점차 확대”된다고요.

    기름값이 내려가도, 한 번 올라간 가격표는 잘 안 내려갑니다. 식당 메뉴판이 그렇고, 임금 협상 테이블의 숫자가 그렇습니다. 중앙은행이 경계하는 건 기름값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입니다.

    거기에 두 가지가 더 붙었습니다. 환율 변동성가계부채. 지난 6월 한 달에만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8조 3천억 원 늘었습니다. 물가와 환율이 내 월급을 갉아먹는 구조는 따로 정리해 둔 글이 있습니다.

    먼저 겪은 나라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보다 앞서 같은 길을 걷는 나라가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도쿄 거리
    Photo: Bruna Santos / Pexels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끝내며 정책금리를 0~0.1%로 올렸고, 올해 6월 1.0%까지 올렸습니다. 중간값 0.05%에서 시작했다고 보면 2년 남짓 동안 0.95%포인트가 올라간 셈입니다.

    그 사이 일본 사람들의 예금과 대출은 어떻게 됐을까요.

    정책금리 인상분이 예금과 대출에 반영된 정도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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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를 때 예금과 대출은 속도가 달랐습니다
    정책금리 인상분 대비 예금 금리 대출 금리
    일본 2024~2026년 27% 129%
    미국 2022~2023년 8% 100%

    일본의 보통예금 금리는 0.002%에서 0.255%가 됐습니다. 정책금리가 오른 폭의 4분의 1 정도만 따라온 겁니다. 반면 이미 받아 놓은 단기 대출의 금리는 0.445%에서 1.349%로, 정책금리가 오른 폭보다 더 올랐습니다. 대출 쪽은 올해 5월까지, 예금 쪽은 7월까지 공표된 값이라 관측 시점이 두 달 다르고, 그 사이 정책금리가 한 번 더 올랐습니다. 그래서 두 숫자를 잴 때 쓴 기준선도 다릅니다.

    여기도 예금 종류에 따라 갈립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정기예금은 0.005%에서 0.384%가 됐어요. 분모 대비 40%죠.

    일본 보통예금과 정기예금의 반영률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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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나라에서 그냥 둔 돈과 옮긴 돈이 갈렸습니다
    항목 설명
    보통예금 0.002%에서 0.255%로 27%
    정기예금 0.005%에서 0.384%로 40%
    기존 단기대출 0.445%에서 1.349%로 129%

    미국은 더 극적입니다. 정책금리가 5.25%포인트 오르는 동안, 예금보험공사가 집계한 전국 평균 저축예금 금리는 0.40%포인트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은행 우대 대출금리는 5.25%포인트, 정확히 정책금리만큼 올랐고요.

    다만 이 100%는 은행이 부지런해서 나온 값이 아닙니다. 미국 우대금리는 은행들이 관행적으로 정책금리 상단에 3%포인트를 얹어 고시해 온 값이라, 애초에 같이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예금 쪽 0.40%포인트도 조심해서 봐야 하고요. 이건 은행에 그냥 둔 저축예금의 평균이고, 그때 미국 사람들이 실제로 옮겨 간 곳은 훨씬 이자가 높은 상품들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본 그 갈림이 여기서도 똑같이 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과 미국이 갈립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30년 고정입니다. 정책금리가 5%포인트 넘게 올라도, 고정금리로 이미 집을 산 사람의 이자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주로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감당했습니다.

    우리는요?

    이미 받은 대출과 새로 받는 대출의 금리 유형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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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출되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이미 나간 잔액 새로 나가는 금액
    변동금리 36.9% 62.3%
    고정금리 63.1% 37.7%

    이 비중은 사람 수가 아니라 금액입니다. 대출 100명 중 몇 명이 아니라, 나간 돈 100원 중 몇 원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자는 사람 수가 아니라 원금에 붙습니다. 그러니 이 숫자가 말하는 건 정확히 이겁니다 — 인상이 얹힐 원금이 어느 쪽에 쌓이고 있나.

    이미 나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36.9%가 변동금리입니다. 미국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문제는 새로 나가는 쪽입니다. 지금 나가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의 62.3%가 변동금리예요. 새로 나가는 돈 100원 중 62원이, 갱신일마다 값이 다시 매겨지는 자리에 놓입니다.

    같은 인상이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원금 위에 얹힌다는 뜻입니다. 뒤에서 볼 3억 원도 그 62원 쪽에 있고요.

    우리 통계의 ‘고정금리’는 미국의 30년 고정과 같은 뜻이 아닙니다. 5년 이상 주기로 금리를 다시 정하는 주기형과, 고정기간이 끝나면 변동으로 바뀌는 혼합형이 여기 함께 들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 대출은 고정이니까 이번 인상은 나랑 상관없다”고 넘기기 전에, 계약서에 적힌 게 만기까지 고정인지 몇 년 뒤 다시 정해지는 건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실제로 인상에 노출되는 몫은 36.9%보다 큽니다.

    대출 서류에서 금리 조건을 확인하는 모습
    Photo: RDNE Stock project / Pexels

    그럼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갈아타기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붙을 수 있고, 남은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유불리가 통째로 뒤집힙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 이득인지는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번 결정문에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적었지만, 그 시기와 속도는 못 박지 않았습니다.

    그걸 감안하고 값만 보면 이렇습니다. 6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고정형이 4.53%, 변동형이 4.27%였습니다. 고정이 더 비쌉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위험을 은행이 대신 지는 값이 미리 붙어 있어서죠. 다만 이 4.53%에도 앞에서 말한 주기형·혼합형이 섞여 있어서, 만기까지 고정인 상품은 이보다 비쌀 수 있습니다. 여기 나온 값은 새로 대출받는 사람 기준이라, 갈아타는 분의 조건과는 또 다르고요.

    그런데 이번 인상분은, 아직 내 통장에 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다 올랐으니 끝난 이야기 아닌가” 하셨다면, 그게 이 글에서 가장 위험한 오해예요.

    시장에는 이미 도착했습니다. 아직 안 온 건 내 계약서입니다.

    앞에서 본 국내 금리 숫자는 전부 6월까지의 통계입니다. 7월 16일 인상은 여기 들어 있지 않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기준으로, 이미 받아서 갚고 있는 대출의 평균(잔액 기준)은 4.17%인데 6월에 새로 나간 대출은 4.36%였습니다. 기존 대출자의 금리가 아직 덜 올랐다는 뜻이죠.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기준금리 인상이 내 대출에 도착하는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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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발표된 인상분이 내 통장까지 오는 길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기준금리 인상 7월 16일 · 시장은 그전에 움직였습니다
    2단계 시장 조달금리 CD·은행채 · 지나감
    3단계 코픽스 상승 매달 중순 공시
    4단계 내 대출 갱신 여기가 남았습니다

    3억 원을 변동금리로 빌린 경우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1년 전 대출받은 사람이 지금 갱신을 맞으면,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은 그때보다 0.43%포인트 위에 있습니다. 3억 원이면 1년에 129만 원입니다.

    1년 사이 벌어진 이자 차이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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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억 원을 빌렸다면 이만큼
    항목 설명
    한 달 이자 차이 107,500원 1년 새 벌어진 몫
    1년으로 치면 129만 원 같은 3억 기준
    7월 인상분 0.25%포인트 아직 안 왔습니다

    한 달에 10만 원. 이미 벌어져 있는 차이입니다.

    7월 인상분은 여기에 아직 안 들어 있습니다. “그럼 0.25%포인트를 더하면 되겠네요?” 그게 안 됩니다. 시장이 인상을 미리 반영해 둔 만큼 지난 1년의 0.43%포인트에 이미 섞여 있고, 전가가 1대 1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이 글이 내내 본 것이니까요.

    분명한 건 방향입니다. 갱신일이 아직 안 온 사람일수록 받을 몫이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금액이 한 달 커피 몇 잔이 아니라 십만 원 단위라는 것.

    실제로 내 갱신 폭을 정하는 건 시장 평균이 아니라 내 대출에 붙은 지표금리(코픽스인지 은행채인지)와 계약서에 적힌 가산금리입니다. 그래서 평균보다 덜 오를 수도,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다음 갱신일을 달력에 표시하는 모습
    Photo: Towfiqu barbhuiya / Pexels

    그러니 지금 알아야 할 건 평균이 아니라 내 갱신일입니다.

    내 대출이 얼마나 오를지 궁금하시면 대출 이자 계산기에 금액과 금리를 넣어 보시면 30초면 나옵니다.

    내가 줄인 돈은, 결국 누구에게서 사라질까요

    이자로 매달 십만 원 단위를 더 내는 사람은 그 돈을 어딘가에서 뺍니다. 외식을 줄이고, 미용실을 미루고, 장바구니에서 하나를 뺍니다.

    그 돈이 사라지는 자리에 누가 있을까요.

    지금부터 볼 연체율은 이번 인상의 결과가 아닙니다. 금리가 높았던 지난 몇 년이 만든 숫자예요. 그런데도 무서운 건, 금리를 내리는 동안에도 이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는 겁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금리를 내리던 그 여덟 달 동안에도 0.61%에서 0.82%로 올랐거든요. 이번 인상은 그렇게 이미 눌린 자리 위에 얹힙니다.

    동네 상권
    Photo: Huy Phan / Pexels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2026년 5월 말 0.67%가 됐습니다. 2016년 11월(0.69%)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연체가 늘어난 쪽은 따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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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기 시작한 건 가계가 아니었습니다
    연체율 1년 전 2026년 5월
    주택담보대출 0.32% 0.31%
    가계 신용대출 등 0.94% 0.90%
    개인사업자 0.82% 0.84%
    중소법인 1.03% 1.11%
    대기업 0.15% 0.27%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1년 전보다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가계 신용대출 등도 내려갔습니다.

    올라간 건 기업 쪽입니다. 중소법인이 1.11%, 개인사업자가 0.84%.

    자영업자 안에서는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은 세 곳 이상에서 빌린 사람 중 소득이 하위 30%이거나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쪽을 ‘취약차주’로 따로 분류합니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두 갈래로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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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자영업자인데 두 갈래로 갈렸습니다
    자영업자 2022년 2분기말 2026년 1분기말
    취약차주 4.93% 12.68%
    그 외 자영업자 0.16% 0.77%
    전체 평균 0.56% 2.04%

    취약차주 연체율은 4.93%에서 12.68%로 뛰었습니다. 한국은행은 그에 비하면 나머지 자영업자는 “상승에 그친” 수준이라고 평가했고요.

    다만 그 ‘그친’ 폭이 0.16%에서 0.77%입니다. 다섯 배 가까이죠. 밀리는 돈이 늘어난 쪽에 원래 아슬아슬하던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이 연체율은 사람 수가 아니라 대출 금액 기준입니다. 앞에서 본 그 자를 여기서도 씁니다.

    손님 없는 가게 안
    Photo: Polina Tankilevitch / Pexels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연체가 늘면 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움직이거든요.

    내 이자 → 내 소비 → 동네 가게 매출 → 그 사장님의 연체 → 은행의 몸 사리기 → 다시 내 대출 갱신일.

    이 바퀴의 앞쪽 절반이 돌 조건은 이미 갖춰졌습니다. 자영업자 연체율이 0.56%에서 2.04%가 되는 동안에요. 남은 건 마지막 칸입니다. 은행이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 그건 내 갱신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할까요

    기준금리 발표보다 먼저 움직이는 숫자들이 있습니다. 은행이 돈을 빌려 오는 값, 그러니까 CD 금리와 은행채 금리, 그리고 매달 중순 공시되는 코픽스입니다. 이 숫자들이 먼저 오르면 내 대출금리가 그 뒤를 따라옵니다.

    한쪽 이야기만 하면 공평하지 않겠죠. 금리 인상이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예금을 가진 사람에겐 이자가 늘어나는 일이니까요. 2,000만 원을 예금해 두셨다면 0.25%포인트가 그대로 반영될 경우 1년에 5만 원, 세금 떼면 4만 2천 원쯤입니다. 일본에서 27%만 왔던 걸 생각하면 이건 상한선에 가깝고요. 그리고 이쪽은 가만히 있어도 오는 게 아니라 만기 때 내가 갈아타야 오는 돈이라는 게 앞에서 본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애초에 금리를 올린 목적이 물가를 잡는 것이기도 하고요. 물가와 체감의 간극은 따로 정리해 둔 글이 있습니다.

    다만 그 이득과 부담이 같은 속도로 오지 않는다는 게 이 글이 본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이 준 통찰은 “금리가 오르니 조심하세요”가 아닙니다.

    기준금리 뉴스는 시장에겐 영수증이고, 내 계약서엔 아직 청구서라는 겁니다.

    시장은 몇 달 전에 계산을 끝냈습니다. 뉴스를 보고 움직이면 늦는 이유가 여기 있죠. 그런데 나한테는 갱신일에 날아옵니다.

    그리고 이번엔 청구서가 한 장으로 안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결정문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적었거든요. 시기와 속도는 안 밝혔지만, 방향은 미리 알려 준 셈입니다.

    또 하나. 내 대출이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 변동이라면 다음 갱신일이 언제인지는 대출 계약서나 은행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작 그 날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은행 앱을 열어 대출 조건을 확인하는 모습
    Photo: David Kwewum / Pexels

    그럼 오늘 뭘 할 수 있을까요

    확인만 하고 끝내지 않아도 되는 제도가 둘 있습니다.

    승진·재취업 등으로 소득이 늘었거나 신용점수가 올랐다면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은행법에 근거가 있는 권리예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함께 마련한 운영 기준에는 이 신청을 이유로 기존 우대금리를 깎지 못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다만 그 기준은 은행이 각자 다듬어 쓰는 것이라, 신청 조건은 상품마다 다릅니다. 내 대출이 대상인지부터 은행에 물어보시면 됩니다.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도 앱으로 됩니다. 다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갈아타기는 기존 대출을 옮기는 게 아니라 새 대출을 새로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도를 그 시점 기준으로 다시 잽니다. 여기서 이 글의 결론이 부메랑처럼 돌아와요. DSR은 지금 금리로 원리금을 다시 계산하니, 금리가 오른 만큼 같은 소득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듭니다. 우리 동네가 그사이 규제지역이 됐다면 담보 쪽 한도까지 함께 줄고요.

    그러니 금리가 조금 낮다는 이유만으로 먼저 움직이면 안 됩니다. 중도상환수수료와 남은 기간, 다시 잴 한도까지 합쳐 은행에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입니다. 증액 없이 갈아타는 경우엔 예외가 적용되는 자리도 있으니 그것도 함께 물어보시고요.

    오늘 확인해 볼 세 가지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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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딱 하나만 한다면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금리 유형 고정인가 변동인가
    2단계 다음 갱신일 언제 다시 정해지나
    3단계 기준 지표 코픽스인가 은행채인가

    여러분의 대출은 고정금리인가요, 변동금리인가요? 다음에 금리가 다시 정해지는 날이 언제인지 알고 계신가요?

    한국은행의 다음 결정 회의는 8월 27일입니다. 그때까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 이 글은 정보·교육·참고용입니다. 특정 금융상품의 가입이나 해지를 권유하지 않으며, 대출과 투자에 관한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문의 국내 금리는 한국은행이 공표한 2026년 6월, 은행 연체율은 금융감독원의 2026년 5월말, 자영업자 연체율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의 2026년 1분기말, 가계대출 증가액은 금융위원회의 2026년 6월, 소비자물가는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6월 기준입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인용은 2026년 7월 16일자, 은행 수익구조에 관한 인용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2년 12월호입니다. 일본·미국 수치는 각국 중앙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공표한 통계이며 관측 시점이 항목마다 다릅니다. 모두 이후 발표에서 수정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실제로 적용받는 금리는 신용도·담보·상품과 대출에 붙은 지표금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 국민연금 13% 오른다고? — 올해 9.5%. 진짜 무서운 건 그 다음입니다

    국민연금 13% 오른다고? — 올해 9.5%. 진짜 무서운 건 그 다음입니다

    “국민연금이 13%로 오른다.”

    이 뉴스에 놀라셨다면, 놀랄 곳을 잘못 고르셨습니다.

    13%는 2033년 숫자입니다. 정작 여러분 월급에서는 올해 1월에 이미 한 칸 올라갔습니다. 9%에서 9.5%로. 명세서에 찍혀 있는데 대부분 모르고 지나갔죠.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게 하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작년에 역사상 가장 잘 벌었습니다. 1988년 기금을 만든 이래 최고 성적이었고, 국내 주식에서만 82%였어요.

    역대 최고로 벌었는데, 왜 더 내라고 할까요.

    월급에서 빠지는 돈을 따져 보는 모습
    Photo: Anna Tarazevich / Pexels

    이미 오른 건 얼마고, 앞으로는 얼마일까요?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이 올해 1월 1일 시행됐습니다. 보험료율 9% → 9.5%.

    직장인이라면 이 돈을 회사와 반씩 냅니다. 내 몫은 4.5%에서 4.75%로.

    월급 300만 원이면 얼마일까요. (정확히는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인 ‘기준소득월액’이 300만 원인 경우입니다.)

    월급 300만원 기준 본인부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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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300만 원이면 내 몫은 이만큼
    항목 설명
    올해 매달 142500원 월급의 4.75퍼센트
    내년 매달 150000원 월급의 5.0퍼센트
    한 칸 오를 때마다 7500원 매달 커피 두 잔 값

    한 달에 7,500원. 커피 두 잔 값이죠.

    이 정도면 명세서를 봐도 모릅니다. 바로 그게 이 인상의 설계예요. 아프지 않게, 한 칸씩.

    문제는 이 계단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여기서 멈추지 않을까요?

    계단이 일곱 칸 더 남았습니다.

    매년 0.5%포인트씩. 올해 9.5%, 내년 10%, 그리고 2033년에 13%. 뉴스에서 들은 그 13%는 7년 뒤 도착지였습니다.

    2026년부터 2033년까지 보험료율 인상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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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이 아니라 매년 계속 오릅니다
    시점 보험료율
    2025 9.0%
    2026 9.5%
    2027 10.0%
    2028 10.5%
    2029 11.0%
    2030 11.5%
    2031 12.0%
    2032 12.5%
    2033 13.0%

    도착지에서 내 몫은 6.5%. 월급 300만 원이면 매달 19만 5천 원입니다. 지금보다 매달 5만 2,500원을 더 냅니다.

    한 칸씩은 커피값인데, 일곱 칸을 다 밟으면 얼마가 될까요.

    남은 7년간 추가로 내는 돈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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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계단을 다 밟으면 252만 원
    항목 설명
    2027년 내년 한 해 9만원
    2030년 네 해째 누적 90만원
    2033년 일곱 해 누적 합계 252만원

    252만 원.

    매달 볼 때는 몇천 원, 몇만 원입니다. 모아 놓으면 아이 1년치 학원비죠. 이게 계단식 인상의 힘입니다.

    작년에 역대 최대로 벌었다는데, 왜 더 내라고 할까요?

    앞에서 미뤄 둔 질문입니다. 성적표부터 보시죠.

    2025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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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기금 설치 이래 최고 성적
    항목 설명
    2025년 총 수익률 18.82% 역대 최고
    국내주식 수익률 82.44% 반도체 강세 영향
    기금 적립금 1458조원 1년 새 크게 불어남

    총 수익률 18.82%. 반도체가 끌어올린 덕이었죠.

    그럼 보험료를 안 올려도 되지 않을까요. 국회예산정책처가 이 성적을 넣고 다시 계산했습니다.

    기금이 바닥나는 시점: 2065년 → 2069년.

    4년입니다.

    기관마다 숫자가 다릅니다. 출발점과 전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올해 5월 국무회의에서 7년쯤 늦춰진다고 했습니다. 2071년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5.5%로 잡은 계산입니다. 예산정책처의 4년은 2065년 기준에 수익률 4.6%입니다.

    중요한 건 이 전망들이 모두 가정 위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예산정책처는 이런 계산도 내놨습니다. 수익률이 지금 가정보다 2%포인트 높게 유지되면, 전망 기간 안에는 바닥나지 않는다.

    기관별 기금 소진 전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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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사안인데 숫자가 다른 이유
    구분 국회예산정책처 보건복지부 차관
    밝힌 시점 2026년 6월 2026년 5월 국무회의
    기금 수익률 가정 4.6% 5.5%
    기존 전망 2065년 2071년
    바뀐 전망 2069년 2078년

    즉 문제는 수익률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닙니다. 한 해 잘 번 것으로는 몇 년밖에 못 산다는 겁니다. 수십 년 내내 잘 벌면 달라지지만, 그건 아직 가정입니다.

    왜 한 해 성적으로는 이것밖에 안 될까요.

    잘 벌어도 안 되는 진짜 이유

    수익률은 이미 쌓아 둔 돈에만 붙기 때문입니다.

    1,458조 원이 잘 굴러가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연금 재정의 진짜 무대는 곳간이 아니라 매년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입니다.

    수익률로는 못 메우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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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잘 굴려도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내는 사람 감소 저출산
    2단계 받는 사람 증가 고령화
    3단계 나갈 돈이 더 많아짐 격차가 매년 벌어짐
    4단계 원금까지 꺼내 씀 수익률로는 못 메움
    5단계 곳간이 빈다 수도꼭지를 손봐야

    욕조를 떠올려 보세요. 물이 가득 차 있고, 수도꼭지로 들어오면서 배수구로 빠집니다.

    수익률이 좋다는 건 욕조 물이 스스로 조금 불어나는 것입니다. 저출산·고령화는 수도꼭지가 가늘어지고 배수구가 굵어지는 것이죠.

    물이 아무리 많아도, 나가는 게 들어오는 것보다 많으면 바닥은 보입니다.

    손볼 수 있는 곳은 여럿이에요. 들어오는 돈을 늘리거나, 나가는 돈을 줄이거나, 받는 시점을 늦추거나, 세금을 넣거나.

    이번 개정이 고른 건 그중 가장 직접적인 수도꼭지 쪽, 보험료율 인상이었습니다. 같은 개정에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와 국가의 지급 보장을 법에 명시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습니다.

    세대가 함께 있는 가족의 한때
    Photo: RDNE Stock project / Pexels

    먼저 겪은 나라는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보다 20여 년 먼저 이 길을 간 나라가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2004년 고이즈미 내각이 연금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연립여당 공명당이 붙인 이름이 “100년 안심”이었습니다. 보험료율을 매년 조금씩, 오래 올린다 — 방식이 우리와 닮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연금 보험료 인상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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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이미 우리 목표보다 높습니다
    비교 항목 한국 일본
    개혁 전 보험료율 9% 13.58%
    첫 인상 후 9.5% 13.93%
    해마다 오르는 폭 0.5%포인트 0.354%포인트
    인상 횟수 8회 14회
    인상 기간 2026~2033년 2004~2017년
    최종 보험료율 13% 18.3%

    표를 보시면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첫째, 일본은 이미 18.3%입니다. 우리가 7년 뒤에야 도달할 13%보다 훨씬 높죠.

    둘째, 우리는 일본보다 가파르게 올립니다. 일본은 13.58%에서 시작해 원칙 0.354%포인트씩 열네 번에 걸쳐 올렸어요(마지막 한 번만 0.118%포인트).

    우리는 0.5%포인트씩 여덟 번입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빠른 경로를 택한 셈이죠.

    여기까지는 우리와 같습니다. 두 나라 모두 최종 요율과 거기까지 가는 연도별 요율을 법에 못 박고 시작했거든요.

    일본은 2004년에 18.3%를, 우리는 2025년에 13%를 정해 뒀습니다. 2017년은 일본이 그 숫자에 도달한 해입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건 그 다음입니다.

    일본은 요율을 묶어 놓은 대신, 재정이 나빠지면 연금이 오르는 폭을 물가·인구에 맞춰 자동으로 깎는 장치를 함께 넣었습니다. 더 걷을 수 없으니 주는 쪽에서 조절하겠다는 설계였죠.

    이번 개정에는 그런 자동 조절 장치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13%에 닿은 뒤 재정이 다시 나빠지면 무엇으로 맞출지는 그때 다시 정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일본 이야기의 진짜 교훈은 따로 있습니다.

    “100년 안심”이라 불린 그 개혁에서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일본에서는 연금 재정 논의가 여전히 이어집니다. 보험료를 상한까지 올려 고정해 두고도 그렇습니다.

    일본 교토의 한 횡단보도
    Photo: Reinaldo Simoes / Pexels

    그래서 내 지갑엔 무슨 일이 생길까요?

    올해 오른 건 커피 두 잔 값이었습니다.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앞의 월 300만 원 예시로는 남은 7년에 252만 원이 더 나갑니다. 그리고 그 뒤가 끝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일본이 그랬듯이.

    다만 한쪽 이야기만 하면 공평하지 않겠죠. 이번 개정으로 받는 쪽도 조금 늘었습니다. 소득대체율이 41.5%에서 43%로 올랐거든요. 소득대체율은 일하던 시절 벌던 돈 대비 연금으로 받는 비율을 뜻합니다.

    단, 여기엔 조건이 붙습니다.

    이 43%는 올해 이후 가입한 기간에만 적용돼요. 그 전에 낸 기간은 예전 기준 그대로예요.

    게다가 이 비율은 40년을 꼬박 채워 냈을 때 기준입니다. 가입 기간이 짧으면 그만큼 줄어들죠.

    더 내는 대신 조금 더 받는 구조인 건 맞지만, 그 ‘조금’이 사람마다 다르게 돌아오는 셈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바퀴가 돌아갑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늘면 다른 데 쓸 돈은 줄어듭니다. 가계에 따라서는 따로 준비하던 노후 자금이 그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사적 준비가 얇아지면, 노후는 국민연금 쪽에 더 기대게 됩니다.

    그런데 그 국민연금이 언제 바닥나느냐를 두고 지금 2069년이니 2078년이니 계산하고 있죠.

    물론 보험료가 오른 만큼 저축이 그대로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줄이는 항목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다만 공적연금 보험료도, 사적 노후 준비도 같은 지갑에서 나갑니다.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을 다시 계산해 봐야 하는 이유예요. 국민연금 하나로 노후가 다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같은 제도가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죠.

    가져가실 건 하나입니다. 연금은 뉴스 한 줄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13% 오른대”에 놀랐다가 며칠이면 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매년 한 칸씩 진행되고, 명세서는 해마다 다르게 찍힙니다. 올해 이미 한 칸 올라간 걸 대부분 몰랐던 것처럼.

    역대 최고로 벌고도 몇 년밖에 못 벌었다는 계산이 말해 주는 것도 같습니다. 운용 성과가 알아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건 계획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이번 달 월급명세서에는 ‘국민연금’이 얼마로 찍혀 있나요? 작년 이맘때 명세서와 나란히 놓아 보면, 이미 한 칸 올라간 게 보일 겁니다. 그 차이를 한 번 눈으로 확인해 두면, 내년 1월에 또 한 칸 올라갈 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는 돈이, 나중에 얼마가 되어 돌아오는지도 한 번 재 보세요.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계산기에 월급과 가입 기간만 넣으면 30초면 나옵니다.

    월급명세서의 항목을 하나씩 확인하는 모습
    Photo: www.kaboompics.com / Pexels

    이 글은 정보·교육·참고용입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해 2026년 1월 1일 시행된 개정 국민연금법에 근거하며, 기금운용 수치는 국민연금공단 2026년 2월 27일 발표(잠정치), 기금 소진 시점 전망은 국회예산정책처 2026년 6월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을 따랐습니다. 계산 예시는 월 기준소득월액 300만 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한 것으로, 개인별 실제 보험료와 예상 수령액은 소득·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확한 금액은 국민연금공단 ‘내 연금 알아보기’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인구 줄면 집값 떨어진다더니 — 일본에선 정반대가 벌어졌습니다

    인구 줄면 집값 떨어진다더니 — 일본에선 정반대가 벌어졌습니다

    📘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3편 / 전 3편

    여러분, 요즘 집 이야기 나오면 좀 헷갈리지 않으세요?

    뉴스에서는 “서울 아파트값 74주 연속 상승”이라고 하는데, 정작 우리 동네 부동산 앞을 지나가 보면 조용합니다. 어떤 분은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조바심이 나고, 어떤 분은 “인구도 줄어드는데 곧 떨어지겠지” 하며 버티고 계시죠.

    그런데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건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파헤쳐 보면 ‘전국 평균 집값’ 하나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수 없다는, 조금 낯선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인구가 우리보다 먼저 줄어든 일본에서는, 우리가 알던 상식과 정반대 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갈라지는 집값
    Photo: wal_ 172619 / Pexels

    같은 나라인데, 왜 뉴스와 우리 동네가 다를까요

    먼저 지금 벌어지는 일부터 정확히 보겠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조사 기준으로, 2026년 7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74주 연속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전국을 시군구 단위로 쪼개 보면, 181곳 가운데 71곳은 값이 내렸어요. 열에 넷 가까이가 하락입니다. 지방 아파트값의 주간 변동률은 0.00%, 그러니까 사실상 멈춰 있었고요. (참고로 이 주간 수치는 실제 거래 가격 자체가 아니라 표본을 조사해 만든 지표라,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더 선명한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다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은 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2026년 2월 3만 호를 넘어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그중 86.3%가 지방에 있었습니다. 이후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속도는 더딥니다.

    다 짓고도 안 팔린 집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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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짓고도 안 팔린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항목 설명
    지방 다 짓고도 안 팔린 집 86.3
    수도권 나머지 13.7

    그러니까 “전국 집값이 올랐다”는 문장은, 서울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를 그대로 옮긴 것에 가깝습니다.

    한 나라 안에 두 개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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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 안에 두 개의 시장
    항목 설명
    서울 아파트 연속 상승 74주 2026년 7월 둘째 주까지
    값이 내린 시군구 71곳 전국 181곳 가운데
    지방 아파트 주간 변동률 0.00% 같은 주 서울은 +0.27%
    지방에 몰린 악성 미분양 86.3% 다 짓고도 안 팔린 집

    이 네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지금 시장이 하나가 아니라는 게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럼 대체 무엇이 이 둘을 갈라놓고 있을까요.

    눈에 보이는 범인 — 금리와 대출, 그런데 이상합니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건 늘 금리입니다. 실제로 최근 큰 변화가 있었어요. 한국은행은 2026년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였습니다. 한국은행은 그 이유로 대출 증가세와 함께 “주택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언급했고요.

    대출 문턱도 이미 높아졌습니다. 2025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실제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계산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내는 이자가 아니라 한도만 깎는 가상의 금리입니다. 시행 당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1.5%포인트였는데, 2025년 10월 15일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은 3.0%포인트로 올라갔습니다. 비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0.75%포인트가 유지되고 있고요. 여기에 2025년 6월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6억 원, 만기는 최대 30년으로 묶였습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대로입니다. 금리 오르고 대출 조이면 집값은 내려가야죠. 그런데 시장은 그 방향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기준금리는 2025년 5월 말부터 2026년 7월까지 14개월 동안 2.50%에 그대로 멈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내내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어요. 정책 금리가 한 칸도 안 움직이는 동안 가격만 계속 움직인 겁니다. 그러니 기준금리의 ‘변화’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요. 물론 금리의 절대 수준이나 물가를 감안한 실질 금리,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거라는 기대 같은 것들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함께 봐야 합니다.

    대출 한도가 먼저 달라졌다
    Photo: Jakub Zerdzicki / Pexels

    대출 규제 쪽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2026년 1분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2,000억 원 줄었는데 저축은행·보험사 같은 2금융권의 주택 관련 대출은 10조 6,000억 원 늘었습니다. 일부 수요가 규제가 덜 닿는 쪽으로 옮겨 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다만 분기별 계절성이나 정책 시행 시차도 함께 봐야 해서, 이것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긴 이릅니다.) 어쨌든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다시 썼습니다.

    한쪽을 조이면 다른 쪽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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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을 조였더니 다른 쪽이 늘었습니다
    항목 설명
    은행권 가계대출 -0.2조원
    2금융권 주택 관련 대출 10.6조원

    여기서 자주 오해되는 숫자 하나만 짚고 갈게요. 같은 시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8.1%에서 85.3%로 떨어졌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빚이 줄어든 것처럼 들리죠. 하지만 한국은행 설명에 따르면 주된 이유는 부채가 줄어서가 아니라 나누는 쪽인 명목 GDP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빚 자체는 역대 최대예요. 비율이 내려갔다고 짐이 가벼워진 게 아닙니다.

    그러니 금리와 규제는 범인이라기보다 무대 조명에 가깝습니다. 밝기는 바꾸지만 무대 위 배우를 바꾸진 못하죠. 그럼 진짜 배우는 누구일까요.

    진짜 힘 하나 — 집을 사는 단위는 사람이 아니라 ‘가구’입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인구가 줄면 집값도 떨어진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말에는 한 가지 빠진 게 있어요. 집을 사는 건 사람이 아니라 가구, 그러니까 ‘살림을 따로 차린 단위’라는 사실입니다. 네 식구가 한집에 살면 집 한 채가 필요하지만, 그 넷이 각자 흩어져 살면 집이 네 채 필요하거든요.

    통계청 추계를 보면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 드러납니다. 총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에서 이미 정점을 지났습니다. 2023~2024년에 5,175만 명 선까지 살짝 되올라온 적이 있지만, 이는 외국인 유입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었어요. 그런데 총가구는 2041년 2,437만 가구까지 앞으로 15년을 더 늘어납니다. 사람은 줄어드는데 살림살이 단위는 계속 늘어나는 구간에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거예요.

    가구는 2041년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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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이미 정점을 지났는데 가구는 2041년까지 늘어납니다
    시점 총가구
    2022 2166만 가구
    2041 2437만 가구
    2052 2328만 가구

    그럼 사람이 주는데 가구는 왜 늘까요. 가장 큰 힘은 1인가구입니다.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4.1%에서 2052년 41.3%까지 올라갑니다. 같은 사람 수라도 따로 살면 그만큼 집이 더 필요해지는 거예요.

    사람은 줄어도 가구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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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줄어도 가구는 늘어납니다
    항목 설명
    총인구가 정점을 지난 해 2020년 5184만 명
    총가구가 정점을 찍는 해 2041년 2437만 가구
    2052년 1인가구 비중 41.3% 2022년에는 34.1%

    다만 여기서 멈추면 반쪽짜리 이해입니다. 정직하게 반대편도 봐야 해요. 앞으로 늘어나는 1인가구의 가장 큰 덩어리는 고령 1인가구입니다. 2052년이면 1인가구 중 70대 이상이 42.2%로 가장 많아지죠. 혼자 사는 서른 살과 혼자 사는 일흔다섯 살은, 원하는 집도 살 수 있는 돈도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 “가구가 느니까 집값은 안전하다”도 그대로 쓰면 안 되는 말이에요.

    혼자 사는 집이 늘고 있다
    Photo: Max Vakhtbovych / Pexels

    그리고 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 가구 정점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

    가구가 줄기 시작하는 시점이 지역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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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가 줄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릅니다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2032년 부산과 대구에서 가구 수가 먼저 줄기 시작합니다
    2단계 2038년 서울은 427만 가구에서 정점을 찍고 이듬해부터 감소합니다
    3단계 2044년 경기는 가장 늦게 정점에 닿습니다

    부산과 대구는 서울보다 6년 먼저 가구가 줄기 시작합니다. 앞서 본 지방의 미분양 편중이 우연이 아닌 이유예요. 인구 축소는 전국에 한꺼번에 오는 게 아니라, 지방부터 순서대로 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역 전체의 인구·가구 흐름입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자리에 따라 사정이 크게 다르고, 이 추계가 특정 지역 집값이 어떻게 될지를 곧바로 알려주는 신호는 아니에요. 30년 뒤의 큰 물줄기를 그려둔 지도라고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진짜 힘 둘 — 오늘의 공급은 3년 전에 이미 정해졌습니다

    두 번째 배우는 공급인데, 이건 시간이 엉켜 있어서 오해받기 쉽습니다.

    집은 하루아침에 안 생기죠. 인허가를 받고, 삽을 뜨고(착공), 다 지어 입주(준공)하기까지 보통 2~3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오늘 사람들이 들어가 사는 집은 2~3년 전에 이미 결정된 물량이에요.

    공사장이 오늘 결정하는 건 3년 뒤의 집값이다
    Photo: SHOX ART / Pexels

    2026년 1~5월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이 시차가 그대로 보입니다.

    오늘 짓는 집과 오늘 들어가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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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짓는 집과 오늘 들어가는 집
    항목 설명
    인허가 계획 단계 -10.6%
    착공 삽 뜨는 단계 27.0%
    준공 입주하는 단계 -46.7%

    준공이 46.7% 줄어 거의 반토막입니다. 이건 지금 정부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2022~2023년에 착공이 급감한 결과가 지금 도착한 것이에요. 국토교통부 집계로 착공은 2022년 38만 호대에서 2023년 24만 호대로 뚝 떨어졌어요.

    착공이 무너진 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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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공이 무너진 두 해
    항목 설명
    2022년 삽을 뜬 물량 38만 호대
    2023년 이듬해 24만 호대

    반대로 지금 착공이 27% 늘어난 것은 2028~2029년쯤 입주가 나아진다는 신호고요.

    오늘 보이는 공급은 3년 전에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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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보이는 공급은 3년 전에 정해졌습니다
    시점 사건 설명
    2022~2023 착공이 급감합니다 38만 호대에서 24만 호대로
    2026 준공이 반토막입니다 그때 덜 지은 결과가 지금 도착
    2028~2029 입주가 나아집니다 지금 착공이 늘어난 결과

    이게 부동산 정책이 늘 “약발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 구조적인 이유입니다. 오늘 발표한 공급 대책은 오늘 가격을 못 바꿉니다. 빨라야 2~3년 뒤에 효과가 나타나죠. 반면 대출 규제는 다음 달부터 효과가 납니다. 그래서 정부는 늘 빠른 손잡이(대출)를 먼저 당기게 되고, 느린 손잡이(공급)의 결과는 몇 년 뒤 다른 사람이 받게 되는 거예요.

    정부가 쥔 손잡이는 속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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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쥔 손잡이는 속도가 다릅니다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대출 규제 다음 달부터 효과가 납니다. 그래서 늘 먼저 당기게 됩니다
    2단계 공급 대책 빨라야 2~3년 뒤에 도착합니다. 결과는 다음 사람이 받습니다

    인구가 먼저 줄어든 나라, 일본은 어떻게 됐을까요

    자, 이제 진짜 궁금한 걸 볼 차례입니다. 인구 감소를 우리보다 훨씬 먼저 겪은 나라가 있잖아요. 일본이요.

    흔히 “일본은 인구가 줄어서 집값이 폭락했다”고들 합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일본 땅값은 1991년 정점을 찍고 10년이 넘도록 길게 내려갔어요. 빈집 문제도 심각합니다. 2023년 조사에서 일본의 빈집은 899만 5천 호, 빈집 비율 1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와카야마·도쿠시마 같은 지방은 빈집 비율이 21%를 넘어요. 다섯 집 중 한 집이 비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나옵니다.

    인구가 줄어든 나라의 도심은 오히려 붐볐다
    Photo: Guohua Song / Pexels

    같은 나라 도쿄 도심은 지금 사상 최고가입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그러니까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도쿄 23구의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1억 3,784만 엔으로 1년 만에 18.5% 올라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3년 연속 1억 엔을 넘겼고요. 땅값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2026년 공시지가에서 도쿄 23구 주택지 가격은 9.0% 올랐습니다. 같은 해 지방권은 상승 폭이 오히려 줄었는데 말이죠. (맨션 가격은 회계연도 기준, 공시지가는 매년 1월 1일 기준이라 서로 다른 지표라는 점만 참고해 주세요.)

    빈집 1위 나라의 도쿄 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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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 1위 나라의 도쿄 도심
    항목 설명
    일본 전국 빈집 비율 13.8% 역대 최고
    도쿄 23구 신축 맨션값 +18.5% 사상 최고 1억 3784만 엔
    도쿄 23구 주택지 공시지가 +9.0% 같은 해 지방은 상승폭 축소

    빈집이 900만 호나 남아도는 나라에서 도심 집값이 사상 최고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집은 옮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와카야마의 빈집은 도쿄에 사는 사람에게 아무 쓸모가 없어요. 인구가 줄어들 때 사람들은 균등하게 흩어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편의가 몰린 곳으로 더 모입니다. 그래서 인구 감소는 전국 하락이 아니라 격차 확대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도쿄가 오른 배경에서 더 눈에 띄는 건 인구가 아니라 공급이었어요. 같은 부동산경제연구소 집계에서 2025회계연도 수도권 신축 맨션 분양 물량은 21,659호로 197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습니다. 4년 연속 줄어든 결과예요. 여기에 건축비와 인건비가 크게 올라 새 집을 짓는 비용 자체가 뛰었다는 분석이 따라붙습니다. 인구 논쟁이 무색해질 만큼, 공급이 먼저 말라버린 겁니다. 서울의 입주 물량이 줄고 공사비가 오르는 지금 우리 상황과 뼈대가 겹치죠.

    그럼 제도로 막으면 되지 않나요 — 독일의 대답

    “그래도 제도를 잘 만들면 집값을 잡을 수 있지 않나요?” 이 질문의 단골 답안이 독일입니다. 신규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10% 넘게 못 올리게 하는 임대료 상한제, 집주인이 마음대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는 강력한 세입자 보호. 그래서 독일은 집값이 안정적이라고들 하죠. (정확히는 이 상한제가 전국 일률이 아니라 주정부가 지정한 과열 지역에만 적용되고, 신축이나 전면 리모델링한 집은 빠집니다.)

    독일의 임대주택 거리
    Photo: Zhanna Leontyeva / Pexels

    그런데 이 통념은 2020년에 흔들렸습니다. 제도는 그대로였는데, 전 세계에 초저금리로 돈이 풀리자 독일 주택가격지수는 2020년·2021년·2022년 3년 연속 오르며 누적 25%를 훌쩍 넘게 급등했어요. 그리고 금리가 오르자 이번엔 2023년 한 해 8.4% 떨어져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연간 하락을 기록했고요. 2025년에는 다시 3%대의 완만한 상승으로 돌아섰는데, 그 이유로 지목되는 것도 결국 신규 건설 부진과 치솟은 공사비입니다. 일본에서 본 그 서사와 똑같죠.

    제도는 그대로였는데 가격은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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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는 그대로였는데 가격은 출렁였습니다
    시점 사건 설명
    2020~2022 3년 연속 급등 초저금리로 돈이 풀리자 누적 25% 넘게
    2023 한 해 8.4% 하락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연간 하락
    2025 3%대 완만한 상승 신규 건설 부진과 치솟은 공사비

    여기서 배울 건 냉정합니다. 독일 사례만 놓고 보면, 제도만으로 유동성과 공급의 충격을 다 상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제도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독일의 임대차 제도는 집값이 출렁일 때 세입자가 갑자기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게 지켜줬습니다. 제도가 잘하는 일은 가격을 붙드는 게 아니라 충격을 사람에게 덜 전달하는 것이었던 거죠.

    세 나라를 같은 잣대로 놓고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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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나라를 같은 잣대로 놓고 보면
    무엇을 보나 한국 일본 독일
    총인구 정점 2020년 2008년
    전국에 남는 집 지방 미분양 86.3% 빈집 비율 13.8%
    대도시 값 서울 74주 연속 상승 도쿄 23구 18.5%
    최근 큰 하락 -8.4%
    공통으로 지목된 원인 공사비와 입주 물량 감소 신규 분양 1973년 이래 최저 신규 건설 부진과 공사비

    그래서 제 지갑엔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이제 우리 이야기로 내려와 봅니다.

    내가 빌릴 수 있는 돈부터 달라졌다
    Photo: Mikhail Nilov / Pexels

    당장 확실한 변화가 하나 있어요. 집값이 어디로 가든, 지금 빌릴 수 있는 돈은 줄었습니다. 기준금리가 3년 반 만에 인상 방향으로 돌아섰고, 스트레스 금리 3.0%포인트가 수도권 한도를 깎고 있고, 수도권 주담대는 6억 원 상한에 만기 30년으로 묶였으니까요. 같은 소득으로 갈 수 있는 집의 가격표가 조용히 내려간 셈입니다.

    내가 빌릴 수 있는 돈이 먼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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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보다 먼저 바뀐 건 내 대출 한도
    항목 설명
    기준금리 2.75% 2026년 7월 16일 인상
    스트레스 금리·수도권 주담대 3.0%p 한도만 깎는 가산폭·비수도권은 0.75%p
    가계신용 잔액 1993조원 역대 최대

    그리고 여기에 소득 이야기를 겹쳐야 그림이 완성됩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2026년 1분기 기준 약 10배 수준입니다. 버는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10년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죠.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서울 집값은 이미 월급으로 따라잡는 게임이 아니라, 빌릴 수 있는 돈의 크기가 결정하는 게임이 됐다는 것. 그래서 금리와 대출 규제가 가격을 못 잡아도,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그 손에 달려 있는 거예요.

    결국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이 글을 “그래서 지금 사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로 읽으셨다면, 저는 조금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일본과 독일, 그리고 우리 통계가 함께 가리키는 결론은 이겁니다.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는 하나의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이라는 것. 같은 나라 안에서 어떤 지역은 값이 내리는 동안 서울은 1년 반 가까이 올랐고, 빈집이 넘치는 나라에서 도쿄 도심은 사상 최고가입니다. 전국 평균이라는 한 줄로는 담기지 않는 이야기예요.

    대신 이렇게 물으면 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보고 있는 그 지역은, 가구가 언제까지 늘어나고 공급은 몇 년 뒤에 도착하는가.” 지역마다 가구가 정점을 찍는 해가 다르고, 오늘 삽을 뜬 현장은 몇 해 뒤에야 입주로 도착합니다. 이 두 개의 시계는 뉴스 헤드라인보다 훨씬 느리게, 그러나 훨씬 꾸준하게 움직여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일본의 진짜 교훈은 “도쿄를 샀어야 했다”가 아닙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는 같은 나라 안의 격차가 커지고, 그 격차는 정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더 벌어진다는 것이에요. 집을 살 계획이 없더라도, 전세를 구하든 이사를 하든 우리는 모두 이 시장 안에 서 있습니다. 뉴스의 ‘전국 평균’을 내 이야기로 착각하지 않는 것, 오늘은 거기까지만 챙겨 가셔도 충분합니다.

    집값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그 배경에는 물가와 환율도 함께 얽혀 있어요. 대파값은 37%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은 3%인 이유환율이 내 월급을 갉아먹는 이야기도 같이 보시면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는 뉴스가 말하는 ‘전국 평균’과 같은 방향인가요? 다르다고 느끼셨다면, 그 어긋남이 바로 이 글이 말한 격차의 출발점입니다.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뉴스가 말하는 숫자와 내가 체감하는 현실이 어긋날 때,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 봅니다.

    1. 환율이 갉아먹는 월급
    2. 평균이 가린 진짜 물가
    3. 전국 평균이 가린 집값

    본 글은 2026년 7월 기준 정보·교육·참고용입니다. 인용한 수치는 한국은행·통계청·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일본 총무성 등의 발표 시점 기준이며, 주간 가격 지표는 시장 방향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실거래 지수와는 시차가 있습니다. 특정 지역·주택의 매수나 매도, 대출 실행 시점을 권유하지 않으며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 대파값은 37%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은 3%? — 통계가 숨긴 ‘진짜 물가’

    대파값은 37%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은 3%? — 통계가 숨긴 ‘진짜 물가’

    📘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2편 / 전 3편

    여러분, 요즘 장 보러 가면 좀 억울하지 않으셨어요?

    뉴스에서는 “물가가 안정됐다”, “상승률이 3%대로 둔화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대파 한 단, 쌀 한 포대, 계란 한 판을 집어 들면 지갑이 훅 가벼워져요. 분명 “3% 올랐다”는데, 내 체감은 그 몇 배거든요.

    오늘은 이 이상한 간극을 파헤쳐 보려 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물가’와 내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왜 이렇게 다를까요? 미리 말씀드릴게요. 통계청이 숫자를 조작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파고들수록, ‘평균’이라는 렌즈가 내 진짜 물가를 어떻게 가리는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이건 우리만 겪는 일도 아니에요.

    장바구니는 무거운데 물가는 안 올랐다고 한다
    Photo: www.kaboompics.com / Pexels

    같은 6월, 같은 나라인데 숫자가 왜 다를까요

    먼저 2026년 6월의 진짜 숫자부터 볼게요. 통계청 발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습니다.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긴 하지만, 여전히 “3%대”죠.

    그런데 우리가 자주 사는 품목만 뜯어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파도, 기름값도, 쌀도, 계란도 죄다 두 자릿수로 뛰었어요. 전체 평균은 3.2%인데 말이죠.

    평균은 3.2%인데 장바구니 단골은 두 자릿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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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은 3.2%인데, 장바구니 단골은 두 자릿수
    항목 설명
    대파 +37.1% 밥상 단골
    기름값 +24.7% 중동發 유가
    +11.7% 주식 중의 주식
    계란 +10.3% 매일 사는 한 판

    비밀은 ‘평균’에 있습니다. 공식 물가는 우리가 사는 460개 가까운 품목(대표품목 458개)의 가격 변화를 한데 섞어 가중평균한 값이에요. 그런데 이 바구니 안에는 오른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같은 6월에 마늘은 11%, 당근은 13.4%, 양배추는 19.7% 떨어졌어요. 값이 내린 품목이 오른 품목을 상쇄하면서, 평균은 얌전한 3%대로 눌러 앉는 거죠.

    오른 것과 내린 것이 평균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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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 것과 내린 것이 평균을 눌렀다
    항목 설명
    대파 밥상 단골 37.1%
    주식 11.7%
    계란 한 판 10.3%
    마늘 양념 -11.0%
    당근 반찬 -13.4%
    양배추 채소 -19.7%

    문제는 여기예요. 우리는 오른 것(대파·쌀·계란)을 훨씬 자주, 많이 삽니다. 반면 값이 내린 마늘·당근·양배추는 어쩌다 한 번 사죠. 통계는 ‘평균 가구’의 소비 비중으로 계산하지만, 내 실제 장바구니는 오른 품목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물론 정직하게 짚을 게 있어요. 대파 37%엔 작황·계절 탓이 큽니다. 채소는 날씨 한 번에 널뛰어서, 다음 달엔 뚝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대파 하나만으로 “물가가 심각하다”고 말하면 그건 과장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반쪽입니다. 계절 품목을 다 걷어내도 체감과 공식의 간극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진짜 이유는 평균 밑에 있어요 — 세 가지

    핵심 문장을 하나 먼저 드릴게요. 공식 물가지수(CPI)는 ‘내 고통’을 재는 숫자가 아니라, ‘평균 가구의 구매력 변화’를 재는 도구입니다. 목적이 다른 자예요. 왜 그런지 세 갈래로 나눠볼게요.

    첫째, 물가상승률은 ‘가격’이 아니라 ‘변화 속도’입니다. 이게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에요. “물가가 3% 올랐다”는 건 1년 전보다 가격이 3% 비싸졌다는 뜻이지, 가격이 내렸다는 뜻이 절대 아니에요. 상승률이 5%에서 3%로 낮아져도 값은 여전히 오르는 중이고, 게다가 지난 몇 년간 껑충 뛴 가격 위에 다시 3%가 얹힙니다. 예를 들어 4,000원 하던 커피가 몇 해에 걸쳐 그 자리까지 오른 뒤, 거기서 또 오르는 식이죠. 그러니 “물가 둔화”라는 말이 체감으로는 조금도 시원하지 않은 겁니다.

    둘째, 공식 물가는 ‘내 집에 사는 비용’을 거의 담지 않아요. 대부분의 가구에서 가장 큰 지출은 주거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세·월세(집세)는 반영하되, 자기 집에 사는 데 드는 비용, 이른바 ‘자가주거비’는 사실상 빼놓습니다.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 절반이 넘는데, 그 사람들의 가장 큰 비용이 지수에 잘 안 잡히는 거예요. 실제로 한 학술 분석에서는 자가주거비를 반영하면 물가상승률이 통계보다 약 1.6%포인트 더 높게 나온다는 추정도 있습니다(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지니, ‘주거비 부담이 큰 사람일수록 통계와 체감이 더 벌어진다’는 방향으로만 받아들이시면 돼요).

    셋째, 사람마다 장바구니가 다릅니다. 공식 물가의 ‘평균 가구’는 사실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가족이에요. 자취생은 배달·외식 비중이 높고, 아이 키우는 집은 교육비·먹거리가, 차 없는 사람은 기름값이 남 얘기죠. 통계의 바구니와 내 바구니가 다르니, ‘평균 물가’가 애초에 ‘내 물가’와 같을 수가 없는 겁니다.

    공식과 체감이 갈라지는 세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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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공식과 체감이 갈라질까요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속도일 뿐이다 상승률이 낮아져도 값은 계속 오르는 중·이미 오른 값 위에 또 얹힘
    2단계 내 집이 빠졌다 가장 큰 지출인 자가주거비를 공식 지수는 거의 안 담음
    3단계 내 바구니는 다르다 평균 가구는 가상의 가족·내 소비 비중과 어긋남

    여기에 올해는 바깥 사정까지 겹쳤어요. 국제유가 상승(중동 정세 등 대외 요인)으로 기름값이 24.7%나 뛰었고, 고환율은 원두·밀가루처럼 달러로 사 오는 재료값을 밀어 올렸습니다. 이 비용은 운송비·가공비를 타고 결국 밥상 곳곳에 스며들죠. 참고로 이 ‘환율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는 지난번 환율이 내 월급을 갉아먹는 이야기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그리고 오해 하나만 풀고 갈게요. 통계청도 이 평균의 한계를 압니다. 그래서 자주 사는 품목만 따로 모은 ‘생활물가지수’, 채소·생선 같은 ‘신선식품지수’를 별도로 발표해요. 실제로 6월 생활물가지수는 3.4%로 전체(3.2%)보다 높았습니다. 공식 물가가 뭔가를 숨기는 게 아니라, 하나의 평균으로는 모두의 체감을 담을 수 없어서 여러 보조 지표를 같이 내놓는 거예요.

    미국도, 일본도 먼저 겪었습니다

    이 괴리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에요.

    미국은 2022년 이후 이 문제로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공식 물가상승률은 분명 낮아지는데, 사람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분노했어요. 팬데믹 이후 몇 년간 누적된 가격이 이미 높아진 탓이죠. 조류인플루엔자로 계란값이 폭등하며 장바구니 물가가 정치 쟁점이 될 정도였고, “지표는 좋은데 왜 이렇게 힘드냐”는 정서에 ‘체감 불황(바이브세션)’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분명해요. 상승률이 꺾여도 이미 오른 가격은 그대로이니, “물가가 잡혔다”는 뉴스에 지갑까지 편해지리라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것.

    일본은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걸 배웠습니다. 수십 년간 물가가 거의 안 오르는 데 익숙했던 일본인들은, 최근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작은 인상에도 큰 충격을 받고 지갑을 닫았어요. 오랫동안 ‘가격은 그대로’라는 감각에 길들여진 탓에, 통계상 완만한 상승도 체감으로는 훨씬 아프게 다가온 거죠. 이쪽 교훈은 이거예요. 체감은 절대 수치가 아니라 ‘내가 익숙했던 가격과의 거리’로 정해진다는 것.

    두 나라가 알려주는 건 하나입니다. ‘통계의 안정’과 ‘체감의 고통’은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다는 것. 우리 통계가 유독 엉터리여서가 아니라, 평균이라는 도구가 원래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이제 정리해 볼게요. “물가 3%”는 틀린 숫자가 아닙니다. 다만 그건 평균 가구의 구매력을 재는 나라 전체의 계기판이지, 오른 것을 자주 사고 주거비를 짊어진 내 삶의 물가계는 아니에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은 감정적 과장이 아니라, 평균이라는 렌즈가 가려버린 꽤 정확한 하소연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물가 뉴스를 이렇게 나눠 봅니다. ‘나라 평균이 안정됐다’와 ‘내 지갑이 편해졌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고요. 공식 CPI는 정책을 위한 평균 계기판으로 존중하되, 그걸 내 체감의 잣대로 삼지는 않는 거예요.

    대신 나만의 계기판을 하나 더 두는 걸 권합니다. 내가 매달 실제로 사는 것들 — 자주 먹는 식재료, 내 주거비, 고정 지출 — 의 가격 흐름을 따로 보는 거죠. 그러면 정부 발표에 막연히 안심하거나 반대로 괜히 불안해하는 대신, 내 돈이 정확히 어디서 새는지가 보입니다. 평균은 나를 위로해주지 않지만, 내 숫자는 나를 대비시켜 주거든요.

    여러분이 매달 꼭 사는 것 세 가지는 뭔가요? 그 세 개의 가격만 적어 둬도, 남의 평균이 아니라 내 물가계가 하나 생깁니다.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뉴스가 말하는 숫자와 내가 체감하는 현실이 어긋날 때,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 봅니다.

    1. 환율이 갉아먹는 월급
    2. 평균이 가린 진짜 물가
    3. 전국 평균이 가린 집값

    이 글은 정보·교육·참고용이며 특정 투자·소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물가 수치는 통계청 2026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하며, 발표 시점·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월급은 오르는데 왜 자꾸 가난해질까 — 환율이 숨긴 진짜 이야기

    월급은 오르는데 왜 자꾸 가난해질까 — 환율이 숨긴 진짜 이야기

    📘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1편 / 전 3편

    여러분, 요즘 좀 이상하지 않으셨어요?

    월급은 분명 조금씩 오르는데, 장바구니는 자꾸 가벼워지고 통장 잔고는 늘 제자리입니다. 열심히 사는데 왜 자꾸 뒤로 밀리는 기분일까요. 오늘은 그 범인 중 하나를 잡아보려 합니다. 이름은 환율이에요.

    그런데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건 단순히 “달러가 비싸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파헤쳐 보면, 돈은 잘 버는 나라인데도 그 달러가 국내에 잘 안 돈다는 조금 서늘한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이 일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에요. 일본도, 영국도, 아르헨티나 같은 신흥국도 먼저 겪었습니다. 그 결말이 저마다 달랐고요.

    월급은 그대로인데 지갑은 가벼워진다
    Photo: Andrea Piacquadio / Pexels

    돈을 잘 버는 나라인데, 왜 원화는 약해질까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이상한 지점입니다.

    예전엔 공식이 단순했어요. 우리나라가 반도체·자동차를 많이 팔아 달러를 벌어들이면, 그 달러가 나라 안으로 들어와 원화 값이 올라갔습니다. 수출 잘 되는 나라 = 돈 강한 나라. 상식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이 상식이 흔들립니다. 한국은 반도체 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수준인데도, 환율은 오히려 1,550원대까지 올라 17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있어요. 돈은 역대급으로 잘 버는데, 왜 원화가 이렇게 약할까요?

    핵심은 이거예요. 번 달러가 곧바로 국내 시장에 풀리지 않고, 여러 힘이 그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게 네 갈래로 볼 수 있어요.

    첫째, 외국인이 몇 달째 우리 주식을 팔고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만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약 150조 원어치를 팔았어요(역대 최대). 그동안 한국에서 재미를 봤던 그들이, 차익실현이든 글로벌 자금 재배치든 이유로 발을 빼는 국면이죠. 판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니, 시장엔 원화가 쏟아지고 달러는 귀해집니다.

    둘째, 우리 투자자들도 돈을 밖으로 내보냅니다. 연기금·보험사, 그리고 “서학개미”라 불리는 개인까지 미국 주식·채권을 사려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거든요. 최근 1년 내국인이 해외 증권에 부은 돈이 1,000억 달러를 넘습니다. (다만 국민연금 같은 큰손은 필요할 때 달러를 되팔아 오히려 원화를 떠받치기도 해서, 늘 원화를 누르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셋째, 번 달러가 국내로 잘 안 들어오기도 해요. 수출 기업들이 벌어온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외화 그대로 쌓아둔 규모가 역대 최대(기업 외화예금 약 830억 달러)입니다. 환율이 더 오를 것 같아서, 또는 해외 결제·투자에 쓰려고 등 이유는 여러 가지죠. 어쨌든 시장에 풀리는 달러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넷째,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습니다. 미국이 연 3.5~3.75%, 우리가 2.75%니, 이자를 더 주는 쪽으로 돈이 흐르는 건 자연스러운 압력이에요.

    이 네 갈래가 겹치면, 무역으로 아무리 벌어도 그 달러가 원화로 바뀌어 시장에 도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쉽게 말해 우리 집은 돈을 잘 버는데, 세입자(외국인)는 짐 싸서 나가고, 식구들은 밖에 저금하고, 가장(기업)은 번 달러를 금고에 쟁여두니, 정작 집 안에 도는 현금이 마르는 격이에요.

    벌어도 달러가 안 풀리는 이유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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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어도 달러가 안 도는 이유
    항목 설명
    외국인 순매도 약 150조 올 상반기 코스피·역대최대
    내국인 해외투자 1000억$+ 미국 주식·채권 매수
    기업이 쥔 달러 830억$ 안 바꾼 수출대금

    정부와 한국은행도 “우리 실력(펀더멘탈)에 비해 환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2026년 7월, 3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어요. 물가·부동산과 함께 이 고환율이 금리 결정의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떠오른 겁니다. 그만큼 지금 환율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에요.

    물론 환율이 앞으로도 계속 오르기만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달러가 약해지거나 수출·반도체 경기가 더 좋아지면 방향이 바뀔 수 있어요. 다만 지금은 성장 둔화·고령화처럼 돈이 밖으로 흐르기 쉬운 구조라, 예전의 1,100원대로 쉽게 돌아가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래서 1,500원 안팎이 한동안 “새 기준”처럼 여겨지는 거죠.

    그래서 내 삶은 어떻게 깎이나요?

    여기서 우리 지갑 얘기로 내려와 봅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거쳐 들어오는 것들의 값이 다 같이 오릅니다. 기름, 밀가루, 커피 원두, 심지어 반도체 만드는 장비까지요. 기업은 오른 재료값을 제품 가격에 얹고, 그 가격표는 결국 우리 앞에 놓입니다.

    환율은 장바구니 물가를 타고 온다
    Photo: Kampus Production / Pexels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제로 계산해 봤더니, 2025년 1분기에 환율 상승 하나만으로 소비자물가가 0.47%p 올랐습니다. 다른 요인 다 빼고, 환율이 물가를 그만큼 밀어 올린 거예요.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월급 숫자는 커지는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줄어든다는 것. 통장에 찍히는 금액(명목)은 올라도, 실제 살 수 있는 양(실질)은 제자리거나 뒤로 갑니다. 열심히 일해 연봉이 올랐는데 왜 여유가 안 생기지? 그 답의 한 조각이 여기 있어요. (물론 고환율이 모두에게 나쁜 건 아닙니다. 수출 기업이나 달러로 돈을 버는 분에겐 이익이 되기도 해요. 다만 그 부담이 수입 물가를 타고 대다수의 생활비로 넘어온다는 게 문제죠.)

    먼저 겪은 나라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이거, 우리만 겪는 일일까요? 아니에요. 이웃 나라들이 먼저 이 길을 걸었고, 결말이 저마다 달랐습니다.

    세 나라의 엇갈린 운명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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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겪은 나라들, 운명이 갈렸다
    항목 설명
    아직 진행형 일본 명목 올라도 실질 제자리
    정책 뒤집고 회복 영국 신뢰의 문제였다
    불평등만 커짐 신흥국 여유 있는 사람만 방어
    엔저 속 일본, 관광은 붐비고 살림은 팍팍했다
    Photo: Travel with Lenses / Pexels

    일본은, 우리와 결이 비슷합니다. 몇 년째 엔화가 약해요. 재밌는 건 일본 직장인 월급도 최근 오르긴 올랐다는 거예요. 그런데 물가가 그보다 더 뛰어서, 실제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명목은 올랐는데 실질은 제자리인 거죠. 대신 엔화가 싸지니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급으로 몰려와 관광·수출 기업은 웃었습니다. 통화 약세는 이렇게 누구에겐 독, 누구에겐 약인 양날의 칼이에요. 일본은 금리까지 올려봤지만 엔저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교훈은 하나예요. 통화 약세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리고 명목 숫자에 속으면 안 된다.

    영국은, 정반대였습니다. 2022년 새 정부가 “재원은 모르겠지만 세금을 왕창 깎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이 “이 나라 못 믿겠다”며 등을 돌렸어요. 파운드는 역사상 최저로 폭락했습니다. 그런데 영국은 곧 그 정책을 뒤집고 책임자를 갈아치웠고(총리는 취임 44일 만에 물러났죠), 신뢰가 돌아오자 파운드도 제자리를 찾았어요. 여기서 배울 건, 환율은 결국 그 나라 정책에 대한 신뢰라는 겁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급락하지만, 원인이 정책이라면 되돌릴 수도 있다는 거죠.

    아르헨티나·터키 같은 신흥국은, 극단이었습니다. 통화가 반토막 나고 물가가 한 해 수십 %씩 뛰자, 사람들은 돈이 생기는 즉시 달러나 실물로 바꿔 버텼어요. 그런데 여기 뼈아픈 진실이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 돈을 지킨 건 정보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뿐이었어요.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서민은 방법을 몰라, 혹은 바꿀 여윳돈이 없어 그대로 무너졌죠. 통화 약세의 진짜 얼굴은 물가가 아니라 “여유 있는 사람만 지키는 불평등”이었던 겁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게요. 한국은 이 신흥국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외환보유액도, 나라의 대외 건전성 지표도 여전히 튼튼해요. 지금 상황은 “붕괴”가 아니라 “한 단계 올라가 굳어진 새 기준”에 가깝습니다. 신흥국 이야기는 겁주려는 게 아니라, “통화가 약해질 때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보여주는 거울일 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뭘 봐야 할까요?

    “그럼 달러라도 사라는 거냐?”고 물으실 수 있어요. 아닙니다. 세 나라가 남긴 진짜 교훈은 그런 뻔한 조언이 아니에요.

    공포가 아니라 이해와 계획이 먼저다
    Photo: www.kaboompics.com / Pexels

    첫째, 명목이 아니라 실질로 보는 눈입니다. 일본이 보여줬듯, 월급이 올랐다고 부자가 된 게 아니에요. 오른 월급으로 작년과 같은 걸 살 수 있는지가 진짜 기준입니다. 이 눈 하나만 생겨도 “왜 이렇게 안 모이지?”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해요.

    둘째, 통화 약세가 왜 불평등을 키우는지 아는 것입니다. 신흥국이 아프게 알려줬죠. 극단까진 아니어도, 환율이 내 지출 어디에 물려 있는지(해외직구·해외여행·수입 프리미엄이 붙은 소비)를 아는 것과 모르는 건 다릅니다. 안다면 급하지 않은 그런 지출을 예산 안에서 미루거나 나눠 쓰는 여유라도 생기니까요. 무리한 투자나 환전이 아니라, 그냥 내 생활비의 어디가 환율을 타는지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에요.

    셋째, 이건 위기가 아니라 새 기본값이라는 것. 환율이 다시 1,100원으로 뚝 떨어지길 기다리는 건, 영국식 급반전을 바라는 거예요. 우리 상황은 그보다 일본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언제 내려가나” 초조해하기보다, 높은 환율을 전제로 소비와 계획을 짜는 쪽이 현실적이에요. 게다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국면이라, 대출이 있는 분이라면 이자 부담까지 함께 늘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셈에 넣으시고요.

    환율 뉴스가 여태 남의 나라 얘기 같았다면, 이제 여러분 월급 얘기로 읽으셨으면 합니다. 고지서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구매력의 변화, 그게 환율이거든요.

    이 0.47%p가 얼마쯤인지 감을 잡아 볼까요. 한 달에 300만 원을 쓰는 가구라고 가정하면, 1년 지출 3,600만 원에 0.47%가 얹히니 연 17만 원 남짓입니다. 고지서로 날아오지 않아서 그렇지, 조용히 빠져나가는 돈이 그만큼이라는 뜻이에요. (월 300만 원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 금액입니다.)

    여러분은 환율 뉴스를 볼 때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해외여행이 아니라 장바구니가 떠오른다면, 이 이야기를 이미 몸으로 겪고 계신 겁니다.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뉴스가 말하는 숫자와 내가 체감하는 현실이 어긋날 때,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 봅니다.

    1. 환율이 갉아먹는 월급
    2. 평균이 가린 진짜 물가
    3. 전국 평균이 가린 집값

    본 글은 2026년 7월 기준 정보·교육·참고용입니다. 환율·물가·자본흐름 수치는 시점과 기관 추정에 따라 달라지며(소비자물가 0.47%p는 KDI의 2025년 1분기 추정치), 특정 통화·자산의 매수·매도나 환전 시점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