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봇에게 시킨 규칙을, 정작 제 돈으로는 단 하나도 못 지키던 사람이었습니다.

“손실이 이 선에 닿으면 무조건 팔아라.” 봇에게는 이렇게 코드로 못을 박아 두면서, 제 계좌에서는 그 선을 몇 번이고 그냥 지나쳤거든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르겠지” 하면서요.

지난 개발기⑦에서는 봇에게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는 끝까지 안 맡기는지, 그 경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 봇을 가르치다가, 거꾸로 봇이 저를 가르친 이야기.

거울 앞의 투자자
Photo: cami / Pexels

봇에게 시킨 규칙이, 전부 제가 못 하던 것이었습니다

봇을 만들며 안전장치를 하나씩 넣다 보니 이상한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봇에게 시키는 규칙이 하나같이 “사람이라면 흔들릴 바로 그 순간에 지켜야 하는 것”이더군요.

봇에게 시킨 세 가지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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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에게 시킨 세 가지 규칙
항목 설명
손실이 정해진 선에 닿으면 손절 무조건 판다
이익이 났을 때 익절 서둘러 팔지 않는다
연달아 잃으면 멈춤 새로 사는 걸 멈춘다

세 가지 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방향이 사람마다 정반대라는 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하나씩 볼게요.

규칙 ① 손절 — 사람은 손실을 못 자릅니다

첫 번째는 손절입니다. 봇은 손실이 정해진 선에 닿으면 봐주는 것 없이 팝니다. 종목 크기에 따라 대략 마이너스 6에서 10퍼센트 선이죠. 여기엔 “이번엔 좀 봐줄까?” 하는 칸이 아예 없습니다.

사람은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손실이 난 종목일수록 더 못 팝니다. “팔면 손해가 확정되니까, 오를 때까지 버티자”는 마음이 들거든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손실 회피라고 부릅니다 — 100을 잃는 아픔이 100을 버는 기쁨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성질입니다.

사람의 버릇과 봇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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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앞에서, 사람과 봇은 정반대입니다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손실이 선에 닿는다 정해 둔 손절 가격에 도달
2단계 사람은 망설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를 것 같다
3단계 봇은 그냥 판다 규칙이 즉시 실행한다

봇에게 이 규칙을 심으면서, 저는 제가 그동안 손절을 못 해서 작은 손실을 큰 손실로 키워 왔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봇은 그냥 시킨 대로 자를 뿐인데, 그 담담함이 저에겐 없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나옵니다. 손절은 그렇다 치고, 봇은 정말 사람보다 늘 현명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봇도 사람과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규칙 ② 익절 — 봇조차 이익을 너무 빨리 팔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익절, 즉 이익을 실현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저는 제 손으로 만든 봇에게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초기의 봇은 이익이 어느 정도 나면 가진 물량의 대부분을 서둘러 팔아 치우도록 짜여 있었거든요. “이익 났을 때 얼른 챙기자”는, 딱 사람이 하는 생각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무심코 제 조급함을 코드에 심어 둔 겁니다.

그런데 이 봇의 매매를 가상으로 되짚어 검증해 봤더니, 뜻밖의 방향이 드러났습니다.

봇도 이익을 서둘러 잘라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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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의 조기익절이 이익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이익이 조금 난다 목표에 닿자마자
2단계 대부분 서둘러 판다 남길 몫까지 함께 정리
3단계 더 오를 자리를 놓친다 상방을 스스로 접는다

검증에서 분명해진 건 딱 한 방향이었습니다 — 이익을 서둘러 자르는 습관은 손해 쪽에 가깝다는 것. 반대로 이익을 서두르지 않고 일부는 남겨 추세를 더 태우는 쪽이 나았습니다. 그래서 봇의 청산 원칙을 이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 목표에 닿아도 전부 팔지 않고, 일부는 남겨 추세가 살아있는 동안 더 들고 가도록요.

다만 이건 과거 데이터로 되짚은 검증이라 미래 수익을 보장하는 공식이 아닙니다. 실제 적용도 한 번에 확 바꾸지 않고, 데이터를 더 쌓아 가며 조심스럽게 다듬는 중입니다.

여기서 저는 두 번째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람이 이익 앞에서 조급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뿌리 깊은 습관이라, 코드를 짜는 제 손끝에도 그대로 묻어났다는 것. 봇의 검증이 그 습관을 거꾸로 저에게 비춰 준 셈입니다.

사람과 봇, 방향이 정확히 반대였습니다

손절과 익절을 나란히 놓으면 재밌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사람의 본능과 봇의 규칙은 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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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봇은 정반대 방향입니다
항목 설명
이익은 빨리 판다 사람의 본능 손실은 늦게 자른다
이익은 늦게까지 들고 간다 봇의 규칙 손실은 빨리 자른다
본능을 뒤집은 규칙 봇의 설계 감정을 계산에서 뺐다

사람은 이익은 빨리 챙기고 손실은 오래 붙듭니다. 봇의 규칙은 그 반대죠 — 이익은 늦게까지 들고 가고, 손실은 빨리 자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사람의 이 버릇을 처분 효과라고 부르는데, 봇을 만들며 저는 이 이름을 머리가 아니라 제 계좌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규칙이 하나 남았습니다. 손절도 익절도 아닌, 잃고 난 직후의 마음에 관한 겁니다.

규칙 ③ 멈춤 — 잃으면 사람은 흥분합니다

세 번째는 서킷 브레이커입니다. 봇은 연달아 잃거나 하루에 크게 빠지면, 그날은 새로 사는 걸 멈춥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번 연속 손실이 나거나 하루 손실이 마이너스 3퍼센트에 닿으면 새 매수를 잠급니다.

왜 이런 걸 넣었을까요? 사람은 잃고 나면 차분해지는 게 아니라 흥분하기 때문입니다. “방금 잃은 걸 당장 만회해야겠다”는 마음에 평소보다 더 크게, 더 급하게 베팅하게 되죠. 잃을수록 판돈을 키우는 이 습관이 계좌를 가장 빨리 망가뜨립니다.

잃은 직후, 멈추게 만드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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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직후에 강제로 멈추는 장치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연달아 잃는다 세 번 연속 손실 또는 하루 마이너스 3퍼센트
2단계 새 매수를 잠근다 그날은 더 사지 않는다
3단계 흥분을 식힌다 만회 매매를 규칙이 막는다

봇에게는 이게 그냥 한 줄의 조건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잃었을 때 오늘은 더 사지 마”라고 말하면, 그 말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저는 잘 압니다. 봇은 감정이 없어서 쉽게 멈추는 게 아니라, 감정을 아예 계산에 넣지 않도록 설계돼서 멈추는 겁니다.

정리 — 봇을 가르치다, 제가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봇에게 좋은 투자 습관을 가르치려 했는데, 정작 그 규칙들을 코드로 옮겨 적으면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그 반대로 살아왔는지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봇은 감정이 없어서 규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규칙을 지키도록 감정을 뺀 자리에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 규칙들은 사실 봇을 위한 게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사람을 대신해, 흔들리지 않는 손 하나를 옆에 두는 것 — 제가 봇을 만들며 진짜로 배운 건 그거였습니다.

※ 위 손절·서킷 기준 같은 수치는 이 시스템의 설정값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특정 매매를 권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다음 글 예고 — 시장이 무너진 날, 봇은 무엇을 했을까

규칙과 심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안전장치가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 전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급락장이죠.

다음 편에서는 시장이 크게 빠진 어느 날, 이 봇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정한 투자 규칙을 지키고 계신가요? 저는 봇에게는 시키면서 정작 제가 못 지켰습니다.

▶ 다음 편 예고
시장이 무너진 날, 봇은 무엇을 했을까 — 급락장 대응
모든 안전장치가 한꺼번에 시험대에 오른 날. 봇은 잘 버텼을까요, 아니면 또 넘어졌을까요.

다음 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근거: V2_진화루프_조기익절_누수 · 4대_안전_백스톱 · AI와_규칙의_역할분담 — 본 글은 개발·운영 과정의 경험 공유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라, 개인이 만든 시스템의 개발·운영 과정을 공유하는 정보·교육·참고용 글입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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