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이 봇은 새로 주식을 살 때, 열 번 중 몇 번을 AI가 결정할까요?
지금은 아홉 번입니다. 그런데 처음 이 시스템을 만들 때는, 단 한 번도 안 맡겼습니다. 0번이었죠.
지난 개발기⑥에서는 이 봇을 한 달 굴리는 데 돈이 어디서 새는지를 뜯어봤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 0번에서 9번으로, 봇에게 맡기는 경계를 어떻게 옮겼는지.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절대 안 옮긴 선은 무엇인지.

처음엔 한 번도 안 맡겼습니다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할 때 제 원칙은 딱 한 줄이었습니다. “AI는 참고만. 결정은 규칙이.”
이유는 개발기 ②에서 자세히 풀었습니다. AI는 똑똑하지만 변덕을 부리고, 모르는 것도 그럴듯하게 지어내니까요. 그런 성격에 내 돈의 결정을 통째로 맡기는 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봇은 AI에게 “이 종목 어때?”라고 물어보긴 해도, 그 대답을 참고 자료로만 썼습니다. 실제로 사고파는 결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짠 규칙이 내렸죠. AI는 회의실에 앉아 의견을 내는 사람이었을 뿐, 방아쇠는 만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선을 조금씩 옮기게 됩니다.
지금은 아홉 번을 맡깁니다 — 경계가 움직였습니다
먼저 지금 상태부터 숫자로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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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설명 |
|---|---|---|
| 처음에 AI가 내린 결정 수 | 0번 | 참고만 하고 결정은 규칙이 |
| 지금 AI가 내리는 결정 수 | 9번 | 열 번 중 아홉 번입니다 |
| AI가 판단하는 구간의 비율 | 94퍼센트 | 시장은 대부분 애매하다 |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개발기 ②에서 다뤘듯, 실제 시장은 대부분 “사도 될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딱 떨어지게 좋거나 딱 떨어지게 나쁜 종목은 드물었죠.
그 애매한 구간에서 “이건 살 만하고, 저건 넘기자”를 가려주는 일 — 그게 제가 AI에게 맡겨 보기로 한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판단만 AI에게 넘기다 보니, 어느새 새 진입의 열에 아홉이 AI 손을 거치게 된 겁니다.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생깁니다. AI가 그렇게 쓸모 있다면, 왜 한꺼번에 “이제부터 다 네가 결정해”라고 안 했을까요?
그런데 왜 한꺼번에 안 맡겼을까요?
이게 이 봇을 만들며 가장 조심한 부분입니다. 저는 경계를 한 번에 확 옮기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오르듯 한 칸씩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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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 내용 | 설명 |
|---|---|---|
| 1단계 | 0단계 | AI는 참고만·결정은 규칙이 |
| 2단계 | 1단계 지금 | 애매한 구간의 판단을 AI에게 |
| 3단계 | 2단계 다음 | 타이밍과 비중까지 맡길 후보 |
| 4단계 | 먼 단계 | 사람 대신 팀처럼 주도하는 목표 |
이렇게 나눈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이미 봇을 너무 믿었다가 데인 적이 여러 번 있거든요. 개발기 ③에서는 첫 모의투자 성적표가 처참했고, 개발기 ④에서는 봇이 멀쩡히 체결된 주문을 “실패”라 우겼습니다. 개발기 ⑤에서는 사람이 안 보는 사이 봇이 조용히 몇 주씩 고장 나 있기도 했죠.
그런 경험이 저를 겁쟁이로 만든 게 아니라 신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조건을 기분이 아니라 데이터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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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설명 |
|---|---|---|
| 다음 단계 전 필요한 매매 기록 수 | 20건 이상 | 충분히 겪어봐야 안다 |
| 그 기록이 넘어야 할 문턱 | 승률 55퍼센트 | 운에만 기대지 않았는지 본다 |
| 백테스트와 실측을 대조 | 검증 통과 | 숫자로 확인된 뒤에만 |
“매매를 스무 건은 넘겨 보고, 그중 절반을 웃도는 성적(승률 55퍼센트)을 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다음 칸을 연다.” 이런 식입니다. 성급하게 건너뛰지 않는 것 — 그게 봇에게 권한을 주는 첫 번째 규칙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데이터가 그 조건을 채웠다고 해서 봇이 스스로 다음 칸을 열지는 않습니다. 조건이 갖춰져도, 실제로 단계를 한 칸 올릴지는 마지막에 사람이 결정합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지만, “이제 더 맡겨도 되겠다”는 그 판단만은 사람 몫으로 남겨 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경계가 아무리 위로 올라가도, 아예 손대지 않기로 못 박은 선이 따로 있거든요.
아무리 똑똑해져도 못 넘는 선
봇이 앞으로 훨씬 똑똑해져서 언젠가 사람처럼 주도적으로 판단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AI에게 안 넘기기로 한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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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설명 |
|---|---|---|
| 시장이 위기면 새로 안 산다 | 거시 신호등 | 유가·환율·금리·공포지수 임계값 |
| 연달아 잃으면 멈춘다 | 서킷 브레이커 | 3연속 손실 또는 하루 마이너스 3퍼센트 |
| 정해진 선에 닿으면 판다 | 손절 하드캡 | 종목 크기별 마이너스 6에서 10퍼센트 |
| 위기·손절을 작동시키는 핵심 코드 | 안전장치 코드 | 사람이 짠 규칙이 관리한다 |
이 넷은 어느 단계로 올라가든 절대 안 바꾸기로 한 것들입니다.
- 거시 신호등 — 유가·환율·금리·공포지수가 위험한 선을 넘으면, 시장 전체가 위기라는 뜻이라 새로 사는 걸 규칙이 막습니다.
- 서킷 브레이커 — 연달아 잃거나 하루에 크게 빠지면, 봇이 흥분해 폭주하지 못하게 규칙이 멈춰 세웁니다.
- 손절 하드캡 — 손실이 정해진 선에 닿으면, 봐주는 것 없이 규칙이 팝니다.
- 안전장치 코드 — 위 세 안전장치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핵심 코드는, AI가 아니라 규칙이 관리합니다.
이유는 개발기 ②에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 안전장치가 상황을 봐가며 변덕을 부리면, 그건 이미 안전장치가 아니니까요. 흔들릴 만한 순간일수록, 판단은 빼고 규칙만 남겨야 합니다.
AI가 고르고, 방아쇠는 규칙이 당깁니다
그래서 지금 이 봇의 경계는 정확히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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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 내용 | 설명 |
|---|---|---|
| 1단계 | AI가 후보를 고른다 | 애매한 구간을 판단 |
| 2단계 | 안전 백스톱을 통과한다 | 위험 신호가 없어야 다음 |
| 3단계 | 규칙이 실제 주문을 낸다 | 마지막 방아쇠는 알고리즘 |
사실 지금 AI의 판단은 실제 돈이 0원인 모의계좌에서 검증받는 중입니다. 다만 종이 위에서 “이렇게 샀다면 어땠을까”를 세어보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증권사로 진짜 주문이 나가고 실제로 체결됩니다 — 돈만 가짜일 뿐, 주문이 오가는 길은 실전과 똑같이 씁니다. 그래서 실전에서야 터졌을 사고를 미리 겪어볼 수 있고, 방아쇠를 당기는 마지막 손은 여전히 규칙 쪽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AI는 회의실에서 “이거 삽시다”라고 손을 드는 참모이고, 그 결정이 안전장치를 다 통과해야 실제 주문으로 이어집니다. 참모에게 점점 더 많은 판단을 맡기더라도, 위기에 브레이크를 밟는 손만은 끝까지 규칙 쪽에 둡니다.
정리 — 경계는 움직이되, 선은 남깁니다
- 처음엔 AI에게 결정을 0번 맡겼습니다. “AI는 참고만, 결정은 규칙”이었죠.
- 지금은 애매한 구간이 시장의 대부분이라, 새 진입의 열에 아홉을 AI 손이 거칩니다.
- 그 경계를 한 번에 옮기지 않고, 매매 기록과 승률 같은 데이터가 쌓여야 한 칸씩 올렸습니다.
- 그래도 거시 신호등·서킷·손절 같은 안전장치는 어느 단계에서도 AI에게 안 넘깁니다. 지금은 실제 주문을 내는 일까지 규칙이 맡고 있고요.
돌아보면 “AI에게 맡길까 말까”는 애초에 반쪽짜리 질문이었습니다. 진짜 질문은 “경계를 어디까지, 얼마나 천천히 옮기고, 무엇은 끝까지 안 옮기느냐” 였습니다. 봇에게 판단을 점점 더 맡기면서도, 위기에 멈춰 세우는 안전장치만은 끝까지 규칙에게 남겨 두는 것 —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지금도 계속 다듬고 있습니다.
다음 글 예고 — 봇을 만들다, 정작 내가 바뀐 이야기
봇에게 규칙을 가르치다 보니, 이상하게도 제 자신의 투자 습관이 먼저 부끄러워졌습니다. “손실이 이 선에 닿으면 무조건 판다”를 봇에게는 시키면서, 정작 저는 그걸 한 번도 못 지켰거든요.
다음 편에서는 봇을 만들며 제가 사람의 투자 심리에 대해 새로 배운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사람과 기계의 경계를 어디에 그으시겠어요? 저는 그 선을 몇 번이나 다시 그었습니다.
다음 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근거: 스톡봇_진화_로드맵 · AI와_규칙의_역할분담 · 4대_안전_백스톱 — 본 글은 개발·운영 과정의 경험 공유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라, 개인이 만든 시스템의 개발·운영 과정을 공유하는 정보·교육·참고용 글입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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