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라, 개인이 만든 시스템의 개발·운영 과정을 공유하는 정보·교육·참고용 글입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이 봇은 새로 주식을 살 때, 열 번 중 몇 번을 AI가 결정할까요?
지금은 아홉 번입니다. 그런데 처음 이 시스템을 만들 때는, 단 한 번도 안 맡겼습니다. 0번이었죠.
지난 개발기⑥에서는 이 봇을 한 달 굴리는 데 돈이 어디서 새는지를 뜯어봤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 0번에서 9번으로, 봇에게 맡기는 경계를 어떻게 옮겼는지.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절대 안 옮긴 선은 무엇인지.

처음엔 한 번도 안 맡겼습니다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할 때 제 원칙은 딱 한 줄이었습니다. “AI는 참고만. 결정은 규칙이.”
이유는 개발기 ②에서 자세히 풀었습니다. AI는 똑똑하지만 변덕을 부리고, 모르는 것도 그럴듯하게 지어내니까요. 그런 성격에 내 돈의 결정을 통째로 맡기는 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봇은 AI에게 “이 종목 어때?”라고 물어보긴 해도, 그 대답을 참고 자료로만 썼습니다. 실제로 사고파는 결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짠 규칙이 내렸죠. AI는 회의실에 앉아 의견을 내는 사람이었을 뿐, 방아쇠는 만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선을 조금씩 옮기게 됩니다.
지금은 아홉 번을 맡깁니다 — 경계가 움직였습니다
먼저 지금 상태부터 숫자로 보여드릴게요.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개발기 ②에서 다뤘듯, 실제 시장은 대부분 “사도 될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딱 떨어지게 좋거나 딱 떨어지게 나쁜 종목은 드물었죠.
그 애매한 구간에서 “이건 살 만하고, 저건 넘기자”를 가려주는 일 — 그게 제가 AI에게 맡겨 보기로 한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판단만 AI에게 넘기다 보니, 어느새 새 진입의 열에 아홉이 AI 손을 거치게 된 겁니다.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생깁니다. AI가 그렇게 쓸모 있다면, 왜 한꺼번에 “이제부터 다 네가 결정해”라고 안 했을까요?
그런데 왜 한꺼번에 안 맡겼을까요?
이게 이 봇을 만들며 가장 조심한 부분입니다. 저는 경계를 한 번에 확 옮기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오르듯 한 칸씩 옮겼습니다.

이렇게 나눈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이미 봇을 너무 믿었다가 데인 적이 여러 번 있거든요. 개발기 ③에서는 첫 모의투자 성적표가 처참했고, 개발기 ④에서는 봇이 멀쩡히 체결된 주문을 “실패”라 우겼습니다. 개발기 ⑤에서는 사람이 안 보는 사이 봇이 조용히 몇 주씩 고장 나 있기도 했죠.
그런 경험이 저를 겁쟁이로 만든 게 아니라 신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조건을 기분이 아니라 데이터로 정했습니다.

“매매를 스무 건은 넘겨 보고, 그중 절반을 웃도는 성적(승률 55퍼센트)을 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다음 칸을 연다.” 이런 식입니다. 성급하게 건너뛰지 않는 것 — 그게 봇에게 권한을 주는 첫 번째 규칙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데이터가 그 조건을 채웠다고 해서 봇이 스스로 다음 칸을 열지는 않습니다. 조건이 갖춰져도, 실제로 단계를 한 칸 올릴지는 마지막에 사람이 결정합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지만, “이제 더 맡겨도 되겠다”는 그 판단만은 사람 몫으로 남겨 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경계가 아무리 위로 올라가도, 아예 손대지 않기로 못 박은 선이 따로 있거든요.
아무리 똑똑해져도 못 넘는 선
봇이 앞으로 훨씬 똑똑해져서 언젠가 사람처럼 주도적으로 판단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AI에게 안 넘기기로 한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이 넷은 어느 단계로 올라가든 절대 안 바꾸기로 한 것들입니다.
- 거시 신호등 — 유가·환율·금리·공포지수가 위험한 선을 넘으면, 시장 전체가 위기라는 뜻이라 새로 사는 걸 규칙이 막습니다.
- 서킷 브레이커 — 연달아 잃거나 하루에 크게 빠지면, 봇이 흥분해 폭주하지 못하게 규칙이 멈춰 세웁니다.
- 손절 하드캡 — 손실이 정해진 선에 닿으면, 봐주는 것 없이 규칙이 팝니다.
- 안전장치 코드 — 위 세 안전장치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핵심 코드는, AI가 아니라 규칙이 관리합니다.
이유는 개발기 ②에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 안전장치가 상황을 봐가며 변덕을 부리면, 그건 이미 안전장치가 아니니까요. 흔들릴 만한 순간일수록, 판단은 빼고 규칙만 남겨야 합니다.
AI가 고르고, 방아쇠는 규칙이 당깁니다
그래서 지금 이 봇의 경계는 정확히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실 지금 AI의 판단은 아직 진짜 돈으로 주문을 내지 않습니다. 가상 매매 목록 안에서 “이렇게 샀다면 어땠을까”를 쌓으며 실력을 검증받는 중이고, 진짜 주문 버튼은 여전히 규칙이 쥐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AI는 회의실에서 “이거 삽시다”라고 손을 드는 참모이고, 그 결정이 안전장치를 다 통과해야 실제 주문으로 이어집니다. 참모에게 점점 더 많은 판단을 맡기더라도, 위기에 브레이크를 밟는 손만은 끝까지 규칙 쪽에 둡니다.
정리 — 경계는 움직이되, 선은 남깁니다
- 처음엔 AI에게 결정을 0번 맡겼습니다. “AI는 참고만, 결정은 규칙”이었죠.
- 지금은 애매한 구간이 시장의 대부분이라, 새 진입의 열에 아홉을 AI 손이 거칩니다.
- 그 경계를 한 번에 옮기지 않고, 매매 기록과 승률 같은 데이터가 쌓여야 한 칸씩 올렸습니다.
- 그래도 거시 신호등·서킷·손절 같은 안전장치는 어느 단계에서도 AI에게 안 넘깁니다. 지금은 실제 주문을 내는 일까지 규칙이 맡고 있고요.
돌아보면 “AI에게 맡길까 말까”는 애초에 반쪽짜리 질문이었습니다. 진짜 질문은 “경계를 어디까지, 얼마나 천천히 옮기고, 무엇은 끝까지 안 옮기느냐” 였습니다. 봇에게 판단을 점점 더 맡기면서도, 위기에 멈춰 세우는 안전장치만은 끝까지 규칙에게 남겨 두는 것 —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지금도 계속 다듬고 있습니다.
다음 글 예고 — 봇을 만들다, 정작 내가 바뀐 이야기
봇에게 규칙을 가르치다 보니, 이상하게도 제 자신의 투자 습관이 먼저 부끄러워졌습니다. “손실이 이 선에 닿으면 무조건 판다”를 봇에게는 시키면서, 정작 저는 그걸 한 번도 못 지켰거든요.
다음 편에서는 봇을 만들며 제가 사람의 투자 심리에 대해 새로 배운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다음 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근거: 스톡봇_진화_로드맵 · AI와_규칙의_역할분담 · 4대_안전_백스톱 — 본 글은 개발·운영 과정의 경험 공유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