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3%로 오른다.”
이 뉴스에 놀라셨다면, 놀랄 곳을 잘못 고르셨습니다.
13%는 2033년 숫자입니다. 정작 여러분 월급에서는 올해 1월에 이미 한 칸 올라갔습니다. 9%에서 9.5%로. 명세서에 찍혀 있는데 대부분 모르고 지나갔죠.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게 하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작년에 역사상 가장 잘 벌었습니다. 1988년 기금을 만든 이래 최고 성적이었고, 국내 주식에서만 82%였어요.
역대 최고로 벌었는데, 왜 더 내라고 할까요.

이미 오른 건 얼마고, 앞으로는 얼마일까요?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이 올해 1월 1일 시행됐습니다. 보험료율 9% → 9.5%.
직장인이라면 이 돈을 회사와 반씩 냅니다. 내 몫은 4.5%에서 4.75%로.
월급 300만 원이면 얼마일까요. (정확히는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인 ‘기준소득월액’이 300만 원인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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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설명 |
|---|---|---|
| 올해 매달 | 142500원 | 월급의 4.75퍼센트 |
| 내년 매달 | 150000원 | 월급의 5.0퍼센트 |
| 한 칸 오를 때마다 | 7500원 | 매달 커피 두 잔 값 |
한 달에 7,500원. 커피 두 잔 값이죠.
이 정도면 명세서를 봐도 모릅니다. 바로 그게 이 인상의 설계예요. 아프지 않게, 한 칸씩.
문제는 이 계단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여기서 멈추지 않을까요?
계단이 일곱 칸 더 남았습니다.
매년 0.5%포인트씩. 올해 9.5%, 내년 10%, 그리고 2033년에 13%. 뉴스에서 들은 그 13%는 7년 뒤 도착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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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점 | 보험료율 |
|---|---|
| 2025 | 9.0% |
| 2026 | 9.5% |
| 2027 | 10.0% |
| 2028 | 10.5% |
| 2029 | 11.0% |
| 2030 | 11.5% |
| 2031 | 12.0% |
| 2032 | 12.5% |
| 2033 | 13.0% |
도착지에서 내 몫은 6.5%. 월급 300만 원이면 매달 19만 5천 원입니다. 지금보다 매달 5만 2,500원을 더 냅니다.
한 칸씩은 커피값인데, 일곱 칸을 다 밟으면 얼마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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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설명 | 값 |
|---|---|---|
| 2027년 | 내년 한 해 | 9만원 |
| 2030년 | 네 해째 누적 | 90만원 |
| 2033년 | 일곱 해 누적 합계 | 252만원 |
252만 원.
매달 볼 때는 몇천 원, 몇만 원입니다. 모아 놓으면 아이 1년치 학원비죠. 이게 계단식 인상의 힘입니다.
작년에 역대 최대로 벌었다는데, 왜 더 내라고 할까요?
앞에서 미뤄 둔 질문입니다. 성적표부터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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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설명 |
|---|---|---|
| 2025년 총 수익률 | 18.82% | 역대 최고 |
| 국내주식 수익률 | 82.44% | 반도체 강세 영향 |
| 기금 적립금 | 1458조원 | 1년 새 크게 불어남 |
총 수익률 18.82%. 반도체가 끌어올린 덕이었죠.
그럼 보험료를 안 올려도 되지 않을까요. 국회예산정책처가 이 성적을 넣고 다시 계산했습니다.
기금이 바닥나는 시점: 2065년 → 2069년.
4년입니다.
기관마다 숫자가 다릅니다. 출발점과 전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올해 5월 국무회의에서 7년쯤 늦춰진다고 했습니다. 2071년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5.5%로 잡은 계산입니다. 예산정책처의 4년은 2065년 기준에 수익률 4.6%입니다.
중요한 건 이 전망들이 모두 가정 위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예산정책처는 이런 계산도 내놨습니다. 수익률이 지금 가정보다 2%포인트 높게 유지되면, 전망 기간 안에는 바닥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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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국회예산정책처 | 보건복지부 차관 |
|---|---|---|
| 밝힌 시점 | 2026년 6월 | 2026년 5월 국무회의 |
| 기금 수익률 가정 | 4.6% | 5.5% |
| 기존 전망 | 2065년 | 2071년 |
| 바뀐 전망 | 2069년 | 2078년 |
즉 문제는 수익률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닙니다. 한 해 잘 번 것으로는 몇 년밖에 못 산다는 겁니다. 수십 년 내내 잘 벌면 달라지지만, 그건 아직 가정입니다.
왜 한 해 성적으로는 이것밖에 안 될까요.
잘 벌어도 안 되는 진짜 이유
수익률은 이미 쌓아 둔 돈에만 붙기 때문입니다.
1,458조 원이 잘 굴러가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연금 재정의 진짜 무대는 곳간이 아니라 매년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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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 내용 | 설명 |
|---|---|---|
| 1단계 | 내는 사람 감소 | 저출산 |
| 2단계 | 받는 사람 증가 | 고령화 |
| 3단계 | 나갈 돈이 더 많아짐 | 격차가 매년 벌어짐 |
| 4단계 | 원금까지 꺼내 씀 | 수익률로는 못 메움 |
| 5단계 | 곳간이 빈다 | 수도꼭지를 손봐야 |
욕조를 떠올려 보세요. 물이 가득 차 있고, 수도꼭지로 들어오면서 배수구로 빠집니다.
수익률이 좋다는 건 욕조 물이 스스로 조금 불어나는 것입니다. 저출산·고령화는 수도꼭지가 가늘어지고 배수구가 굵어지는 것이죠.
물이 아무리 많아도, 나가는 게 들어오는 것보다 많으면 바닥은 보입니다.
손볼 수 있는 곳은 여럿이에요. 들어오는 돈을 늘리거나, 나가는 돈을 줄이거나, 받는 시점을 늦추거나, 세금을 넣거나.
이번 개정이 고른 건 그중 가장 직접적인 수도꼭지 쪽, 보험료율 인상이었습니다. 같은 개정에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와 국가의 지급 보장을 법에 명시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습니다.

먼저 겪은 나라는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보다 20여 년 먼저 이 길을 간 나라가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2004년 고이즈미 내각이 연금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연립여당 공명당이 붙인 이름이 “100년 안심”이었습니다. 보험료율을 매년 조금씩, 오래 올린다 — 방식이 우리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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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 항목 | 한국 | 일본 |
|---|---|---|
| 개혁 전 보험료율 | 9% | 13.58% |
| 첫 인상 후 | 9.5% | 13.93% |
| 해마다 오르는 폭 | 0.5%포인트 | 0.354%포인트 |
| 인상 횟수 | 8회 | 14회 |
| 인상 기간 | 2026~2033년 | 2004~2017년 |
| 최종 보험료율 | 13% | 18.3% |
표를 보시면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첫째, 일본은 이미 18.3%입니다. 우리가 7년 뒤에야 도달할 13%보다 훨씬 높죠.
둘째, 우리는 일본보다 가파르게 올립니다. 일본은 13.58%에서 시작해 원칙 0.354%포인트씩 열네 번에 걸쳐 올렸어요(마지막 한 번만 0.118%포인트).
우리는 0.5%포인트씩 여덟 번입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빠른 경로를 택한 셈이죠.
여기까지는 우리와 같습니다. 두 나라 모두 최종 요율과 거기까지 가는 연도별 요율을 법에 못 박고 시작했거든요.
일본은 2004년에 18.3%를, 우리는 2025년에 13%를 정해 뒀습니다. 2017년은 일본이 그 숫자에 도달한 해입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건 그 다음입니다.
일본은 요율을 묶어 놓은 대신, 재정이 나빠지면 연금이 오르는 폭을 물가·인구에 맞춰 자동으로 깎는 장치를 함께 넣었습니다. 더 걷을 수 없으니 주는 쪽에서 조절하겠다는 설계였죠.
이번 개정에는 그런 자동 조절 장치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13%에 닿은 뒤 재정이 다시 나빠지면 무엇으로 맞출지는 그때 다시 정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일본 이야기의 진짜 교훈은 따로 있습니다.
“100년 안심”이라 불린 그 개혁에서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일본에서는 연금 재정 논의가 여전히 이어집니다. 보험료를 상한까지 올려 고정해 두고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 지갑엔 무슨 일이 생길까요?
올해 오른 건 커피 두 잔 값이었습니다.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앞의 월 300만 원 예시로는 남은 7년에 252만 원이 더 나갑니다. 그리고 그 뒤가 끝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일본이 그랬듯이.
다만 한쪽 이야기만 하면 공평하지 않겠죠. 이번 개정으로 받는 쪽도 조금 늘었습니다. 소득대체율이 41.5%에서 43%로 올랐거든요. 소득대체율은 일하던 시절 벌던 돈 대비 연금으로 받는 비율을 뜻합니다.
단, 여기엔 조건이 붙습니다.
이 43%는 올해 이후 가입한 기간에만 적용돼요. 그 전에 낸 기간은 예전 기준 그대로예요.
게다가 이 비율은 40년을 꼬박 채워 냈을 때 기준입니다. 가입 기간이 짧으면 그만큼 줄어들죠.
더 내는 대신 조금 더 받는 구조인 건 맞지만, 그 ‘조금’이 사람마다 다르게 돌아오는 셈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바퀴가 돌아갑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늘면 다른 데 쓸 돈은 줄어듭니다. 가계에 따라서는 따로 준비하던 노후 자금이 그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사적 준비가 얇아지면, 노후는 국민연금 쪽에 더 기대게 됩니다.
그런데 그 국민연금이 언제 바닥나느냐를 두고 지금 2069년이니 2078년이니 계산하고 있죠.
물론 보험료가 오른 만큼 저축이 그대로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줄이는 항목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다만 공적연금 보험료도, 사적 노후 준비도 같은 지갑에서 나갑니다.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을 다시 계산해 봐야 하는 이유예요. 국민연금 하나로 노후가 다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같은 제도가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죠.
가져가실 건 하나입니다. 연금은 뉴스 한 줄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13% 오른대”에 놀랐다가 며칠이면 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매년 한 칸씩 진행되고, 명세서는 해마다 다르게 찍힙니다. 올해 이미 한 칸 올라간 걸 대부분 몰랐던 것처럼.
역대 최고로 벌고도 몇 년밖에 못 벌었다는 계산이 말해 주는 것도 같습니다. 운용 성과가 알아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건 계획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이번 달 월급명세서에는 ‘국민연금’이 얼마로 찍혀 있나요? 작년 이맘때 명세서와 나란히 놓아 보면, 이미 한 칸 올라간 게 보일 겁니다. 그 차이를 한 번 눈으로 확인해 두면, 내년 1월에 또 한 칸 올라갈 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는 돈이, 나중에 얼마가 되어 돌아오는지도 한 번 재 보세요.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계산기에 월급과 가입 기간만 넣으면 30초면 나옵니다.

이 글은 정보·교육·참고용입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해 2026년 1월 1일 시행된 개정 국민연금법에 근거하며, 기금운용 수치는 국민연금공단 2026년 2월 27일 발표(잠정치), 기금 소진 시점 전망은 국회예산정책처 2026년 6월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을 따랐습니다. 계산 예시는 월 기준소득월액 300만 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한 것으로, 개인별 실제 보험료와 예상 수령액은 소득·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확한 금액은 국민연금공단 ‘내 연금 알아보기’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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