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2편 / 전 3편

여러분, 요즘 장 보러 가면 좀 억울하지 않으셨어요?

뉴스에서는 “물가가 안정됐다”, “상승률이 3%대로 둔화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대파 한 단, 쌀 한 포대, 계란 한 판을 집어 들면 지갑이 훅 가벼워져요. 분명 “3% 올랐다”는데, 내 체감은 그 몇 배거든요.

오늘은 이 이상한 간극을 파헤쳐 보려 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물가’와 내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왜 이렇게 다를까요? 미리 말씀드릴게요. 통계청이 숫자를 조작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파고들수록, ‘평균’이라는 렌즈가 내 진짜 물가를 어떻게 가리는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이건 우리만 겪는 일도 아니에요.

장바구니는 무거운데 물가는 안 올랐다고 한다
Photo: www.kaboompics.com / Pexels

같은 6월, 같은 나라인데 숫자가 왜 다를까요

먼저 2026년 6월의 진짜 숫자부터 볼게요. 통계청 발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습니다.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긴 하지만, 여전히 “3%대”죠.

그런데 우리가 자주 사는 품목만 뜯어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파도, 기름값도, 쌀도, 계란도 죄다 두 자릿수로 뛰었어요. 전체 평균은 3.2%인데 말이죠.

평균은 3.2%인데 장바구니 단골은 두 자릿수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표로 보기
평균은 3.2%인데, 장바구니 단골은 두 자릿수
항목 설명
대파 +37.1% 밥상 단골
기름값 +24.7% 중동發 유가
+11.7% 주식 중의 주식
계란 +10.3% 매일 사는 한 판

비밀은 ‘평균’에 있습니다. 공식 물가는 우리가 사는 460개 가까운 품목(대표품목 458개)의 가격 변화를 한데 섞어 가중평균한 값이에요. 그런데 이 바구니 안에는 오른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같은 6월에 마늘은 11%, 당근은 13.4%, 양배추는 19.7% 떨어졌어요. 값이 내린 품목이 오른 품목을 상쇄하면서, 평균은 얌전한 3%대로 눌러 앉는 거죠.

오른 것과 내린 것이 평균을 눌렀다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표로 보기
오른 것과 내린 것이 평균을 눌렀다
항목 설명
대파 밥상 단골 37.1%
주식 11.7%
계란 한 판 10.3%
마늘 양념 -11.0%
당근 반찬 -13.4%
양배추 채소 -19.7%

문제는 여기예요. 우리는 오른 것(대파·쌀·계란)을 훨씬 자주, 많이 삽니다. 반면 값이 내린 마늘·당근·양배추는 어쩌다 한 번 사죠. 통계는 ‘평균 가구’의 소비 비중으로 계산하지만, 내 실제 장바구니는 오른 품목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물론 정직하게 짚을 게 있어요. 대파 37%엔 작황·계절 탓이 큽니다. 채소는 날씨 한 번에 널뛰어서, 다음 달엔 뚝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대파 하나만으로 “물가가 심각하다”고 말하면 그건 과장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반쪽입니다. 계절 품목을 다 걷어내도 체감과 공식의 간극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진짜 이유는 평균 밑에 있어요 — 세 가지

핵심 문장을 하나 먼저 드릴게요. 공식 물가지수(CPI)는 ‘내 고통’을 재는 숫자가 아니라, ‘평균 가구의 구매력 변화’를 재는 도구입니다. 목적이 다른 자예요. 왜 그런지 세 갈래로 나눠볼게요.

첫째, 물가상승률은 ‘가격’이 아니라 ‘변화 속도’입니다. 이게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에요. “물가가 3% 올랐다”는 건 1년 전보다 가격이 3% 비싸졌다는 뜻이지, 가격이 내렸다는 뜻이 절대 아니에요. 상승률이 5%에서 3%로 낮아져도 값은 여전히 오르는 중이고, 게다가 지난 몇 년간 껑충 뛴 가격 위에 다시 3%가 얹힙니다. 예를 들어 4,000원 하던 커피가 몇 해에 걸쳐 그 자리까지 오른 뒤, 거기서 또 오르는 식이죠. 그러니 “물가 둔화”라는 말이 체감으로는 조금도 시원하지 않은 겁니다.

둘째, 공식 물가는 ‘내 집에 사는 비용’을 거의 담지 않아요. 대부분의 가구에서 가장 큰 지출은 주거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세·월세(집세)는 반영하되, 자기 집에 사는 데 드는 비용, 이른바 ‘자가주거비’는 사실상 빼놓습니다.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 절반이 넘는데, 그 사람들의 가장 큰 비용이 지수에 잘 안 잡히는 거예요. 실제로 한 학술 분석에서는 자가주거비를 반영하면 물가상승률이 통계보다 약 1.6%포인트 더 높게 나온다는 추정도 있습니다(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지니, ‘주거비 부담이 큰 사람일수록 통계와 체감이 더 벌어진다’는 방향으로만 받아들이시면 돼요).

셋째, 사람마다 장바구니가 다릅니다. 공식 물가의 ‘평균 가구’는 사실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가족이에요. 자취생은 배달·외식 비중이 높고, 아이 키우는 집은 교육비·먹거리가, 차 없는 사람은 기름값이 남 얘기죠. 통계의 바구니와 내 바구니가 다르니, ‘평균 물가’가 애초에 ‘내 물가’와 같을 수가 없는 겁니다.

공식과 체감이 갈라지는 세 갈래
머니노트 · 정보·교육·참고용
표로 보기
왜 공식과 체감이 갈라질까요
단계 내용 설명
1단계 속도일 뿐이다 상승률이 낮아져도 값은 계속 오르는 중·이미 오른 값 위에 또 얹힘
2단계 내 집이 빠졌다 가장 큰 지출인 자가주거비를 공식 지수는 거의 안 담음
3단계 내 바구니는 다르다 평균 가구는 가상의 가족·내 소비 비중과 어긋남

여기에 올해는 바깥 사정까지 겹쳤어요. 국제유가 상승(중동 정세 등 대외 요인)으로 기름값이 24.7%나 뛰었고, 고환율은 원두·밀가루처럼 달러로 사 오는 재료값을 밀어 올렸습니다. 이 비용은 운송비·가공비를 타고 결국 밥상 곳곳에 스며들죠. 참고로 이 ‘환율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는 지난번 환율이 내 월급을 갉아먹는 이야기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그리고 오해 하나만 풀고 갈게요. 통계청도 이 평균의 한계를 압니다. 그래서 자주 사는 품목만 따로 모은 ‘생활물가지수’, 채소·생선 같은 ‘신선식품지수’를 별도로 발표해요. 실제로 6월 생활물가지수는 3.4%로 전체(3.2%)보다 높았습니다. 공식 물가가 뭔가를 숨기는 게 아니라, 하나의 평균으로는 모두의 체감을 담을 수 없어서 여러 보조 지표를 같이 내놓는 거예요.

미국도, 일본도 먼저 겪었습니다

이 괴리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에요.

미국은 2022년 이후 이 문제로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공식 물가상승률은 분명 낮아지는데, 사람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분노했어요. 팬데믹 이후 몇 년간 누적된 가격이 이미 높아진 탓이죠. 조류인플루엔자로 계란값이 폭등하며 장바구니 물가가 정치 쟁점이 될 정도였고, “지표는 좋은데 왜 이렇게 힘드냐”는 정서에 ‘체감 불황(바이브세션)’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분명해요. 상승률이 꺾여도 이미 오른 가격은 그대로이니, “물가가 잡혔다”는 뉴스에 지갑까지 편해지리라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것.

일본은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걸 배웠습니다. 수십 년간 물가가 거의 안 오르는 데 익숙했던 일본인들은, 최근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작은 인상에도 큰 충격을 받고 지갑을 닫았어요. 오랫동안 ‘가격은 그대로’라는 감각에 길들여진 탓에, 통계상 완만한 상승도 체감으로는 훨씬 아프게 다가온 거죠. 이쪽 교훈은 이거예요. 체감은 절대 수치가 아니라 ‘내가 익숙했던 가격과의 거리’로 정해진다는 것.

두 나라가 알려주는 건 하나입니다. ‘통계의 안정’과 ‘체감의 고통’은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다는 것. 우리 통계가 유독 엉터리여서가 아니라, 평균이라는 도구가 원래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이제 정리해 볼게요. “물가 3%”는 틀린 숫자가 아닙니다. 다만 그건 평균 가구의 구매력을 재는 나라 전체의 계기판이지, 오른 것을 자주 사고 주거비를 짊어진 내 삶의 물가계는 아니에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은 감정적 과장이 아니라, 평균이라는 렌즈가 가려버린 꽤 정확한 하소연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물가 뉴스를 이렇게 나눠 봅니다. ‘나라 평균이 안정됐다’와 ‘내 지갑이 편해졌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고요. 공식 CPI는 정책을 위한 평균 계기판으로 존중하되, 그걸 내 체감의 잣대로 삼지는 않는 거예요.

대신 나만의 계기판을 하나 더 두는 걸 권합니다. 내가 매달 실제로 사는 것들 — 자주 먹는 식재료, 내 주거비, 고정 지출 — 의 가격 흐름을 따로 보는 거죠. 그러면 정부 발표에 막연히 안심하거나 반대로 괜히 불안해하는 대신, 내 돈이 정확히 어디서 새는지가 보입니다. 평균은 나를 위로해주지 않지만, 내 숫자는 나를 대비시켜 주거든요.

여러분이 매달 꼭 사는 것 세 가지는 뭔가요? 그 세 개의 가격만 적어 둬도, 남의 평균이 아니라 내 물가계가 하나 생깁니다.

연재 〈숫자와 체감 사이〉

뉴스가 말하는 숫자와 내가 체감하는 현실이 어긋날 때,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 봅니다.

  1. 환율이 갉아먹는 월급
  2. 평균이 가린 진짜 물가
  3. 전국 평균이 가린 집값

이 글은 정보·교육·참고용이며 특정 투자·소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물가 수치는 통계청 2026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하며, 발표 시점·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준이 바뀌면 알려드릴까요?

세율·요율·한도는 해마다 바뀝니다. 주 1회, 그 주에 알아둘 것만 모아 보내드립니다.

지난 편지 보기 →

언제든 해지할 수 있습니다 · 정보·교육·참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