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봇에게 시킨 규칙을, 정작 제 돈으로는 단 하나도 못 지키던 사람이었습니다.
“손실이 이 선에 닿으면 무조건 팔아라.” 봇에게는 이렇게 코드로 못을 박아 두면서, 제 계좌에서는 그 선을 몇 번이고 그냥 지나쳤거든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르겠지” 하면서요.
지난 개발기⑦에서는 봇에게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는 끝까지 안 맡기는지, 그 경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 봇을 가르치다가, 거꾸로 봇이 저를 가르친 이야기.

봇에게 시킨 규칙이, 전부 제가 못 하던 것이었습니다
봇을 만들며 안전장치를 하나씩 넣다 보니 이상한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봇에게 시키는 규칙이 하나같이 “사람이라면 흔들릴 바로 그 순간에 지켜야 하는 것”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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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설명 |
|---|---|---|
| 손실이 정해진 선에 닿으면 | 손절 | 무조건 판다 |
| 이익이 났을 때 | 익절 | 서둘러 팔지 않는다 |
| 연달아 잃으면 | 멈춤 | 새로 사는 걸 멈춘다 |
세 가지 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방향이 사람마다 정반대라는 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하나씩 볼게요.
규칙 ① 손절 — 사람은 손실을 못 자릅니다
첫 번째는 손절입니다. 봇은 손실이 정해진 선에 닿으면 봐주는 것 없이 팝니다. 종목 크기에 따라 대략 마이너스 6에서 10퍼센트 선이죠. 여기엔 “이번엔 좀 봐줄까?” 하는 칸이 아예 없습니다.
사람은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손실이 난 종목일수록 더 못 팝니다. “팔면 손해가 확정되니까, 오를 때까지 버티자”는 마음이 들거든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손실 회피라고 부릅니다 — 100을 잃는 아픔이 100을 버는 기쁨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성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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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 내용 | 설명 |
|---|---|---|
| 1단계 | 손실이 선에 닿는다 | 정해 둔 손절 가격에 도달 |
| 2단계 | 사람은 망설인다 |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를 것 같다 |
| 3단계 | 봇은 그냥 판다 | 규칙이 즉시 실행한다 |
봇에게 이 규칙을 심으면서, 저는 제가 그동안 손절을 못 해서 작은 손실을 큰 손실로 키워 왔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봇은 그냥 시킨 대로 자를 뿐인데, 그 담담함이 저에겐 없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나옵니다. 손절은 그렇다 치고, 봇은 정말 사람보다 늘 현명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봇도 사람과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규칙 ② 익절 — 봇조차 이익을 너무 빨리 팔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익절, 즉 이익을 실현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저는 제 손으로 만든 봇에게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초기의 봇은 이익이 어느 정도 나면 가진 물량의 대부분을 서둘러 팔아 치우도록 짜여 있었거든요. “이익 났을 때 얼른 챙기자”는, 딱 사람이 하는 생각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무심코 제 조급함을 코드에 심어 둔 겁니다.
그런데 이 봇의 매매를 가상으로 되짚어 검증해 봤더니, 뜻밖의 방향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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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 내용 | 설명 |
|---|---|---|
| 1단계 | 이익이 조금 난다 | 목표에 닿자마자 |
| 2단계 | 대부분 서둘러 판다 | 남길 몫까지 함께 정리 |
| 3단계 | 더 오를 자리를 놓친다 | 상방을 스스로 접는다 |
검증에서 분명해진 건 딱 한 방향이었습니다 — 이익을 서둘러 자르는 습관은 손해 쪽에 가깝다는 것. 반대로 이익을 서두르지 않고 일부는 남겨 추세를 더 태우는 쪽이 나았습니다. 그래서 봇의 청산 원칙을 이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 목표에 닿아도 전부 팔지 않고, 일부는 남겨 추세가 살아있는 동안 더 들고 가도록요.
다만 이건 과거 데이터로 되짚은 검증이라 미래 수익을 보장하는 공식이 아닙니다. 실제 적용도 한 번에 확 바꾸지 않고, 데이터를 더 쌓아 가며 조심스럽게 다듬는 중입니다.
여기서 저는 두 번째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람이 이익 앞에서 조급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뿌리 깊은 습관이라, 코드를 짜는 제 손끝에도 그대로 묻어났다는 것. 봇의 검증이 그 습관을 거꾸로 저에게 비춰 준 셈입니다.
사람과 봇, 방향이 정확히 반대였습니다
손절과 익절을 나란히 놓으면 재밌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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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설명 |
|---|---|---|
| 이익은 빨리 판다 | 사람의 본능 | 손실은 늦게 자른다 |
| 이익은 늦게까지 들고 간다 | 봇의 규칙 | 손실은 빨리 자른다 |
| 본능을 뒤집은 규칙 | 봇의 설계 | 감정을 계산에서 뺐다 |
사람은 이익은 빨리 챙기고 손실은 오래 붙듭니다. 봇의 규칙은 그 반대죠 — 이익은 늦게까지 들고 가고, 손실은 빨리 자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사람의 이 버릇을 처분 효과라고 부르는데, 봇을 만들며 저는 이 이름을 머리가 아니라 제 계좌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규칙이 하나 남았습니다. 손절도 익절도 아닌, 잃고 난 직후의 마음에 관한 겁니다.
규칙 ③ 멈춤 — 잃으면 사람은 흥분합니다
세 번째는 서킷 브레이커입니다. 봇은 연달아 잃거나 하루에 크게 빠지면, 그날은 새로 사는 걸 멈춥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번 연속 손실이 나거나 하루 손실이 마이너스 3퍼센트에 닿으면 새 매수를 잠급니다.
왜 이런 걸 넣었을까요? 사람은 잃고 나면 차분해지는 게 아니라 흥분하기 때문입니다. “방금 잃은 걸 당장 만회해야겠다”는 마음에 평소보다 더 크게, 더 급하게 베팅하게 되죠. 잃을수록 판돈을 키우는 이 습관이 계좌를 가장 빨리 망가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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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 내용 | 설명 |
|---|---|---|
| 1단계 | 연달아 잃는다 | 세 번 연속 손실 또는 하루 마이너스 3퍼센트 |
| 2단계 | 새 매수를 잠근다 | 그날은 더 사지 않는다 |
| 3단계 | 흥분을 식힌다 | 만회 매매를 규칙이 막는다 |
봇에게는 이게 그냥 한 줄의 조건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잃었을 때 오늘은 더 사지 마”라고 말하면, 그 말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저는 잘 압니다. 봇은 감정이 없어서 쉽게 멈추는 게 아니라, 감정을 아예 계산에 넣지 않도록 설계돼서 멈추는 겁니다.
정리 — 봇을 가르치다, 제가 배웠습니다
- 손절: 봇은 정해진 선에서 무조건 자릅니다. 사람은 손실을 못 잘라 작은 손실을 키웁니다.
- 익절: 봇조차 처음엔 이익을 서둘러 팔았고, 검증해 보니 그게 손해 쪽에 가까웠습니다. 서두르지 않는 방향으로 다듬는 중입니다.
- 멈춤: 봇은 연달아 잃으면 그날 매수를 멈춥니다. 사람은 잃을수록 흥분해 판돈을 키웁니다.
돌아보면 저는 봇에게 좋은 투자 습관을 가르치려 했는데, 정작 그 규칙들을 코드로 옮겨 적으면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그 반대로 살아왔는지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봇은 감정이 없어서 규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규칙을 지키도록 감정을 뺀 자리에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 규칙들은 사실 봇을 위한 게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사람을 대신해, 흔들리지 않는 손 하나를 옆에 두는 것 — 제가 봇을 만들며 진짜로 배운 건 그거였습니다.
※ 위 손절·서킷 기준 같은 수치는 이 시스템의 설정값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특정 매매를 권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다음 글 예고 — 시장이 무너진 날, 봇은 무엇을 했을까
규칙과 심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안전장치가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 전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급락장이죠.
다음 편에서는 시장이 크게 빠진 어느 날, 이 봇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정한 투자 규칙을 지키고 계신가요? 저는 봇에게는 시키면서 정작 제가 못 지켰습니다.
다음 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근거: V2_진화루프_조기익절_누수 · 4대_안전_백스톱 · AI와_규칙의_역할분담 — 본 글은 개발·운영 과정의 경험 공유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라, 개인이 만든 시스템의 개발·운영 과정을 공유하는 정보·교육·참고용 글입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